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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규의 작살]티켓다방 떠나니 ‘호빠’가 바다로 몰렸다
영랑해변 오션뷰에 붙힌 호빠 광고물[박정규 기자]

[헤럴드경제(속초)=박정규 기자]#1.다방에서 이루어지던 성매매 행위를 말하는 용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 ‘티켓’(임권택, 1986)의 배경은 강원도 속초다. 영화 속 지숙은 이렇게 말했다. “손바닥만 한 이곳에 다방이 70개라면서 열심히 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티켓 다방 사업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인 셈이다. 영화가 시작과 함께 보여주었던 직업소개소에 모인 많은 여자들의 모습은 그 사실에 대한 시각적 증거다. 사실 1980년대 중반 속초는 전국 티켓다방원조였다. 뱃사람과 관광객이 어울려 티켓다방이 성행했다. 실제로 전국에서 티켓다방을 찾아 속초로 놀러오기도 했다.

#2. 22일 오후 5시30분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영랑해변 일대에 30분에 한대꼴로 봉고차와 검정색으로 썬팅한 차가 번갈아 지나가면서 차안에서 노란색·분홍색 종이를 뿌려댔다. 길 바닥은 순식간에 노랑·분홍색으로 물들었다. 광고물에는 ‘호빠(호스트빠)·선수 20명 대기·핸드폰번호·맥주무제한 제공·픽업가능’ 등 글씨가 큼직하게 써있다. 밤 9시 쯤 한 남성이 길 가던 여성 3명에게 다가가 차에 태워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은 속초 일대 오피스텔이나 숙박업소, 콘도 등에 자리잡고 노래방 등을 빌려 여름철 성수기 ‘한탕장사’를 한다. 수년전부터 이러한 호빠들이 대거 몰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모텔 지하 노래방이 있는 곳이 호빠들의 영업 요충지다. 이들은 주로 여성들이 바다로 놀려와 저녁에 오션뷰를 보면서 술 한잔하는 영랑동 포차촌 등을 집중 노리고있다. 엑스포공원 일대도 이러한 여성들을 유혹하는 소위 ‘삐끼’와 ‘광고물’이 흔하게 목격된다. 한 포차 주인은 “호빠에 가본 여성에게서 성행위가 이뤄지고있다는 경험담을 자주 듣는다”고 귀뜸했다. 이어 “호빠들은 주로 강남서 내려온 선수들로 집단으로 한철 장사를 꿈꾸며 속초로 몰리고있다”고 했다.

#3. ‘영랑동 일대 해변’을 줄여서 ‘영랑해변’이라고 한다. 포차거리와 횟집단지로 유명한 영랑동~장사동으로 연결되는 해안가 도로변이 커피점과 포차거리로 핫한 거리로 변했다. 오래전 이 일대는 낡은 폐공장 시설물이 장기간 방치돼 있었고 영랑동 해안도로 가운데 가장 개발이 더딘 지역이었다. 하지만 숙박용 상가시설이 들어서고 오션뷰 커피점까지 속속 몰리면서 지금은 많은 젊은층이 몰리는 핫한 곳으로 변했다. 문제는 불법이다. 불법으로 인도까지 점령한 불법포차영업이 1차문제다.두번째는 좁은 길에 불법주차가 극성이다. 일방통행로를 만들어도 밤에는 속수무책이다. 탁트인 바다를 보면서 술 한잔 하는 여성 관광객도 삼삼오오 많이 몰리는 곳이다. 호빠 광고는 오션뷰까지 가로 막는다. 오후 3~4시경 포차에서 6~7m 떨어진 오션뷰 사고 방지 철책에 노란색·분홍색 광고물을 붙히고 일단 사라진다. 한 호빠는 바닷가 철책에 아예 테이프와 철사로 전단지를 고정시켰다. 포차주인들은 이같은 일을 매일 목격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은 불금도 아닌 수요일인데도 덕지덕지 붙은 호빠 유인 광고물이 오션뷰 철책에 수십장 붙어있었다. 목요일인 23일 오후 2시반에도 가봤다. 이번엔 A4 용지 반 크기의 유인물이 바닷가 철책에 스티커로 부착된것을 수십장 목격했다. 전화번호는 모두 다르다. 지나가면서 전화번호를 외울수 있도록 특히 전화번호가 유별나게 크다. 때마침 경찰차 1대가 순찰중이었다. 하지만 경찰관 누구도 이 호빠를 추적하기위해 순찰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지못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악덕고리업자 명함 한장을 길거리에서 주워 페이스북에 전화번호까지 올려 추적을 했다.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자마자 통신업자와 협약을 맺어 전화 수신이 원천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그는 비공개가 없다. 전화번호 공개는 기본이다. 불법에 한치의 양보가 없다.

#4. 1980년대 티켓다방이 성행할때 속초시는 성매매 원조라는 오명을 씻기위해 오랫동안 수많은노력을 기울였다. 티켓다방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속초에는 아직도 홍등가가 속초 중심지 중앙시장 인근에서 영업중이다. 염태영 전 수원시장은 수십년간 영업해온 수원의 오명 ‘수원역 집장촌’을 결국 폐쇄시켰다. 성공 행정 사례다. 하지만 속초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티켓다방이 사라진 속초 해변에 20대 선수들이 영업하는 호빠가 밀려오고있다. 인근 주민들은 수많은 호빠가 밀려오면서 속초는 특히 영업이 잘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여성을 유혹하기도 하고, 거꾸로 그 유혹을 일부러 찾아오는 여성들이 맞물리면서 속초는 ‘호빠들의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있다. 속초시가 불법인도점령 영업(가건물)에 철퇴를 내리고, 경찰은 삐끼 홍보물을 추적해 청정도시 속초를 되찾길 바란다.

#5.이병선 속초시장 당선인은 23일 ‘시민은 하나로, 속초는 미래로’를 시정철학으로 발표했다. 소통으로 화합하고 조화롭게 번영하는 속초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모두가 꿈꾸는 행복도시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안심도시 ▷모든 지역이 고루 잘사는 상생도시 ▷누구나 살고 싶은 클린도시 ▷다함께 누리는 건강도시 등 6대 시정방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과 관광객은 이 당선인 시정철학이 쉽게 각인되지않는다.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 속초에 ‘삐끼’들이 봉고차와 유인물, 명함 등을 들고 길거리를 누비며 호객행위를 한다. 노래방의 탈을 쓴 유흥업소에서는 불법 영업이 극성을 부리고있다. 1종 유흥업소라고 주장한다. 여성종업원을 고용해도 문제가 되지않는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노래방을 찾은 가족 관광객은 노래방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놀라 서둘러 되돌아 나온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출입구에 혼돈이 없도록 간판이라고 걸어야 하지 않을 듯싶다. 동명동·조양동 등 해변 관광지가 순식간에 오염중인데 문제는 금·토 심야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않는다는 점이다. 불법이 절정인데 공무원은 쉬는 날이다. 물론 단속공무원도 주말에도 활동한다고 시는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체감이 잘 안된다. ‘불금과 놀토’에 속초 해변가는 그야말로 무법불법 천국이다. 이대로 가면 ‘제2의 티켓다방’ 처럼 ‘노 클린도시’로 전락하는건 시간문제다.

영랑해변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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