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풀어 금융사 디지털 혁신 유도
'디지털유니버설뱅크'로 금융업간 융합도
헤럴드 금융포럼 2022이 '금융, 플랫폼이 되다'를 주제로 2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가운데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회사가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비금융 자회사를 보유해 디지털 혁신을 할 수 있게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또 금융사가 온라인 상에서 은행, 금융투자,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2’ 1세션에서 ‘플랫폼 경제와 금융산업 디지털혁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국장은 “금융회사는 AI, 플랫폼 자회사 보유 제약으로 디지털 혁신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라며 “위험전이 방지 등 금융안정장치 마련을 전제로 자회사 소유 규제를 합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는 자회사로 은행, 증권, 보험 등을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 은행과 보험사는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15% 초과해서, 카드 등 다른 금융사는 2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출자할 수 있는 업종도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이 핵심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지나친 금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지분 상한을 30%로 완화하거나 출자 업종 제한을 아예 없애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빅테크는 금융업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금융사는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사를 자회사로 두는 게 제한돼 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금융사들은 할 수 있는데 우리 금융사들은 못 하는 것, 빅테크는 하는데 기존 금융사는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타당하지 않은 규제는 다 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에도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 금융사가 금융업 수행시 필요한 정보통신기술 기업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행정지도에 그친 탓에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를 촉진하기에는 내용과 절차 등에서 한계가 있었고, 금융사들의 투자도 소극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금융사는 비금융 플랫폼 사업 등을 규제 샌드박스(규제 유예제도)를 통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아 시행하고 있지만, 시한이 정해져 있다.
이에 금융위는 2월부터 전문가와 업계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법, 보험법 등 업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비금융사에 대한 출자 제한을 풀어주고, 금융사의 겸영 및 부수업무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 가능한 서비스와 사업을 법에 열거하는 현재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로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법과 보험업법이 전면개정되는 것은 각각 1998년,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1997년 제정 이후 전면개정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개정안 초안은 이르면 내달 공개되고, 연내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사의 핀테크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핀테크 육성 지원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 국장은 금융-비금융 간 융합 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 간 융합도 촉진하기 위해 ‘온라인 디지털 종합금융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현재는 전업주의 규제로 인해 은행, 금투, 보험 종합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있다”며 “그동안 오프라인 복합점포를 통해 융합을 추진했지만 운영상 한계가 있었다”라고 짚었다. 복합점포는 전체 점포 대비 비중도 낮고, 은행·금투 위주운영으로 종합서비스가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금융사를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Digital universal bank)’로 전환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란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전업주의 등의 규제로 하나의 금융지주라도 은행앱, 보험앱, 카드앱, 증권앱이 별개로 운영되고 있어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 국장은 이를 위해 ▷통합앱 운영 가이드라인 제공(금소법 판매·중개 기준 명확화, 정보제공업무 관련 부담 합리화, 통합앱 관련 지주사 역할 제고) ▷겸영, 부수업무 규제 합리화(통합앱 운영 관련 비금융업 허용 확대, AI 등 외부자원 활용 활성화) ▷비금융정보 활용기반 강화 ▷규제샌드박스 활용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에 대해서는 ‘헬스케어 종합플랫폼’으로의 혁신을 위해 ▷헬스케어플랫폼 운영 관련 건강용품 커머스, 선불업 등 영위 허용 ▷공공데이터 활용도 제고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설립 ▷요양서비스 제공 항목 확대 등의 방안을 거론했다. 이같은 방안들은 업권법 개정을 통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등 결제 관련 업종도 “현재는 신용·직불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별로 별도의 거래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데, 종합결제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다양한 지급결제수단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라고 이 국장은 말했다.
이 국장은 빅테크 규제에 대해서는 “빅테크는 워낙 광범위한 업무를 하고 있어 공정거래기관, 개인정보보호기관, 금융감독당국 등 다양한 기관이 협조해서 관리해야 한다”라며 “금융사와 플랫폼 관계를 어떻게 할지, 소비자 보호는 어떻게 할 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기반 위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소비자 보호·혜택 관점에서 공정한 경쟁질서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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