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신공장·신규채용 주장…사측은 난색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도 협상 난항…폭력사태도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달 10일 울산공장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국내 산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시름하고 있다. 10% 안팎의 높은 연봉 인상 요구부터 임금피크제 폐지 주장까지 곳곳에서 노사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어 원자잿값 상승, 고환율·고금리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가 강도 높은 ‘하투’(夏鬪)에 나설 경우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날 열린 12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달 10일 상견례를 시작한 이후 40여 일간 논의를 벌였지만, 교섭 결렬로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등을 비롯해 미래차 국내 신공장 건설, 신규 채용,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노조의 기본급 요구안이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인데다 신공장, 신규채용 등은 단기간에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전날 교섭에서 “회사도 결단하고 싶지만, 안건들이 정리된 것이 없다”며 “하나하나가 무거운 안건으로, 신규 채용, 신공장 유치, 정년 연장 등은 짧은 시간 안에 논의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교섭 결렬로 당장 파업 경고등이 커졌다. 노조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1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여 파업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다른 업체들의 임단협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역시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사협의회를 통해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으나, 사무직노조 등 4개 노조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을 고용부에 고발했다.
SK하이닉스의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기본급 기준 12.8%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한 상태다. 특히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으나 기술사무직 노조는 올해 이 비율을 15%까지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공장 가동을 막아서는 등 갈등이 가시화한 사업장도 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공로금과 관련한 사측과의 갈등으로 지난달 2일부터 당진제철소 통제센터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달 31일 노조를 상대로 한 고발장을 당진경찰서에 제출했다. 한국타이어 노사 역시 최근 폭행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여기에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 적용은 연령 차별’이란 판단을 내린 여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노조들은 올해 임금피크제 폐지를 임단협의 주요 안건으로 내세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에 한정된 것이지만, 노조에선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더해 원자잿값·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신규 채용, 투자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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