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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 재고 쌓이고 반도체는 주춤…이재용은 ‘5만 전자’ 돌파구 찾을까 [비즈360]
모바일·반도체 ‘초격차’, 기업가치 회복 등 3대 과제 눈앞에
글로벌 불확실성 가중, 위기감 고조
이재용 부회장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신시장 개척위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적극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영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과 국내 귀국을 기점으로 삼성의 경영시계가 한층 빨리 돌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긴급 사장단회의와 글로벌전략협의회 연속 개최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스마트폰·반도체시장 돌파 및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에도 더욱 속도를 올릴 전망이다.

▶인플레와 공급망에 커진 위기감=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주와 다음주 각각 DX(디바이스 경험)와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글로벌전략협의회를 개최해 총체적 난국의 돌파구를 찾는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각국의 양적 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가 촉발됐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통화정책 당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자이언트 스텝’ 등 금리인상을 통한 대응을 모색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이 같은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12일간의 유럽 출장에서 복귀하며 “한국에선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의 악화를 몸소 체감한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 이후 긴급하게 전자계열사 사장단회의가 열렸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상반기 글로벌전략협의회까지 열어 미래 대응에 나서는 등 삼성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삼성전자 ‘3대 파고’ 극복 특명=최근 삼성전자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분야의 성장성에 조금씩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여기에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금리인상 등 전반적인 금융시장 충격의 여파지만 주가도 연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해 기업가치 제고라는 큰 숙제도 안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메모리반도체가 43.5%의 높은 시장 점유율로 30년간 1위를 목전에 두고 있으나 코로나19로 장기간 지속된 IT(정보통신)산업 호황기가 끝나면서 미래 수익창출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1위 달성을 목표로 달리고 있지만 아직 제 궤도에는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인 대만 TSMC 추격에 사활을 걸었으나 아직 역부족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은 53억2800만달러(약 6조900억원)로, 지난해 4분기보다 3.9% 감소했다. 파운드리 점유율 상위 기업 10곳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점유율도 18.3%에서 16.3%로, 2.0%포인트 하락했다. TSMC는 매출이 175억29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로 11.3% 늘었고, 점유율도 53.6%로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37%포인트 차이로 벌렸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의 확고한 초격차 달성도 만만치 않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23.8%로, 2위인 애플(19.3%)을 눌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20.0%로 애플(24.0%)에 밀렸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이 저조한 점도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 상황으로 꼽힌다.

때문에 미래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주식시장에서도 평가는 냉혹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년 말 대비 25% 이상 하락했다.

▶돌파구는 ‘기술 초격차’…대규모 투자로 선제 대응=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직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 출장 직후 삼성은 그룹 전자계열사들이 한데 모여 지난 20일 긴급 사장단회의를 했다. 최고경영진 등 25명이 참석해 8시간 동안 장시간 진행된 이 회의에서는 차세대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 리더십’ 확보가 중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초격차를 위한 실행 기반은 마련한 상태다. 최근 삼성은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술개발과 신시장 진출,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이재용(맨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벨기에 아이멕(imec)을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CEO와 만나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봤다. [삼성전자 제공]

첨단 기술 등 지식재산권 흡수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을 모색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술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과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PMIC)를 만드는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 등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도 이 같은 중장기적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ygmoo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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