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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반기 물가 더 오른다...한은 7월 ‘빅스텝’ 가능성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5.4%)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또다시 ‘물가쇼크’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특히 당초 하반기 물가상승세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뒤집고 상반기보다 더 오름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8월 수정경제전망에선 올 4.5%로 예상했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또 한번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도 속도를 내, 7월 처음으로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도 재기된다.

한은 물가 전망 상향 예고...하반기엔 인플레 더 심화

21일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5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원유와 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요인 영향이 이어지면서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글로벌 공급 차질이 심화되면서 물가는 5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수준 4.7%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상향한 데 이어 더 올릴 수 있단 이야기다.

물가는 에너지원자재 가격과 국제 식량가격이 밀어올린 탓이 컸다. 한은은 경제활동 재개, 탄소중립 추진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져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고 봤다.

또 국제식량 가격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물류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등으로 수급 상황이 나빠지면서 크게 올랐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역시 완화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전쟁과 중국 내 봉쇄조치 등 영향으로 심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해외 요인의 기여율은 56.2%에 이르렀다.

한은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가운데 서비스 근원 품목의 기여율이 각각 40.2%, 34.2%에 이를 정도로 높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상승률에 대한 근원 품목(서비스) 기여율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 요인의 이차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식품 외식 물가...2011년 급등기보다 높다

무엇보다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등 밥상물가가 과거 급등기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밥상물가 오름세는 하반기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힌은은 "식량 급등기에 가공식품 가격으로의 파급 시차가 단축되고 상관관계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에 비춰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중 오름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가공식품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전년 말 대비 4.4%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4월 상승률(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5월에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4.8%)은 2011년 5월보다 0.6%포인트 더 높았다.

외식 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외식물가의 10개월간 누적 상승률도 지난 5월(6.8%·2021년 7월 이후 10개월)이 2011년 6월(4.3%·2010년 8월 이후 10개월)을 크게 넘어섰다.

한은은 "올해 가격 오름세는 2011년 급등기의 오름세를 상회했다"면서 "특히 식량 가격 급등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고 상관관계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이나 남미 등 곡물 주산지의 이상기후로 파종이 차질을 빚고 있어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전세계적인 식량 가격 상승 이른바 ‘애그플레이션’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이날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내 물가에 파급돼 올해 하반기 중 물가 상방 압력을 더할 것"이라며 "이런 상승 압력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다.

이어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관련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높아진 체감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 파이터' 자처한 한은, 7월 빅스텝 가능성

예상보다 더 강도높은 인플레이션 전망에 한은도 긴축의 고삐를 더 당길 전망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에 더욱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용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높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6월 28년만에 한꺼번에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며, 정책금리 상단 1.75%가 한은과 같아졌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다음달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을 예고하며, 사실상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같은 폭으로 올리지 않을 경우 한미 금리차 역전이 나타날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국내 물가 상승세가 기대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은 꽤나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한은의 의지를 감안하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한은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0%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달하려면 다음달 금통위에서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고 남은 8월, 10월, 11월 세 차례의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모두 0.25%포인트씩 인상해야 한다. 기준금리 3%가 현실화 되면 2012년 7월(3.0%) 이후 10년 만에 3%대 시대를 맞게 된다.

yjsung@heraldcorp.com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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