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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전당대회 룰' 계파 줄다리기에…전문가 "당 방향부터" [정치쫌!]
"당원 목소리 담는 것이 정당 본연 의미…계파 매몰은 안 돼"
민심 반영비율 선행 의견에선 "국민에게 보여지는 당대표"
"당 혼란 방지, 결집 우선…당대표와 대선후보 경선은 달라"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박혜원 수습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정기 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전대 '룰'(규칙)을 둘러싼 백가쟁명식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첫번째 과제는 당원과 일반 국민의 투표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민주당에서는 현행 전당대회 본투표 반영 비율(전국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등 당원 비중을 줄이고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심해져 대중정당으로서 결집력이 떨어지고, 향후 집권과도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다만 반영 비율을 소폭 또는 대폭 조정할 것인지, 현행 유지에 무게를 두는지 의견에 따라 계파별 유불리를 따지는 '계파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기도 하다.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당원 비중 가운데서도 권리당원과 대의원 투표 반영 비중을 조정하는 문제가 가장 첨예하다. 열성 지지층을 보유한 이재명 의원 측은 권리당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대의원제의 역사성을 고려해 큰 폭의 조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학자와 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계파별 논리보다는 당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룰을 정립하는 것이 순서라고 입을 모은다. 당대표 선출 외에도 당의 나아갈 길을 재천명하는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인 만큼, 계파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보다는 당원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당 본연의 의미를 생각하면서도, 계파별 이익에 매몰되면 안 될 것"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관성을 갖는 게 중요한데, 당원 대 일반시민 비중을 잘 조율해 당원도 소외되지 않고, 일반 지지자들 활동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집권을 위해서는 일반 시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룰을 보면 민심 반영이 무의미한 수준이다. 최소한의 민심이 반영되는 수치까지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권리당원 대 대의원 비율이 너무 높아 특정 계파의 조직 동원으로 민심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에서 10~20%를 올려봤자 권리당원 대의원 결정을 뒤집을 수 없다. (민심 대 당심) 50대 50이 맞다"며 "당의 당대표이긴 하지만, 국민에게 보여지는 당대표라는 의미도 크다"고 강조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50대 50 방식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야기하지 않겠냐는 시각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100% 여론조라만 반영하자는 것이 아닌, 통합해서 당원 50%, 여론 50%로 간다면 포퓰리즘으로 치우칠 우려는 덜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당원 중심의 현행 투표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룰 변경을 둘러싼 당내 혼란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시각이다.

김유은 한양대 국제대학원장은 "당원들의 결집이 중요하다. 일단 당원 중심으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대선 패배 이후에 갈라져 있는 당이 결속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당원 뜻을 따르고 중도를 끌어들이는 수순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심 반영이 오히려 당을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당대표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은 다르다. 당대표는 당의 지지를 받는 사람으로 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당헌당규였을 것"이라며 "8월 전당대회를 두 달 남기고 룰을 바꿀 때, 합의를 이루려는 과정 자체가 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룰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룰을 두고 선거를 치른 뒤 그 결과를 두고 당을 개혁하는 것이 맞는 순서"라며 "한 번에 민주당을 모두 개혁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재 룰로 표출된) 변화 요구를 보고 정상적인 절차와 시간을 두고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역선택' 방지 등 세부 쟁점이 산재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심이라고 하면 다른 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 여부를 방지하는 역선택 방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만 민심은 아니다. 룰을 바꾸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관련 논의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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