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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길게 보면 종말론적 사고보다 순환론적 사고를 지닌 이들이 투자세상을 지배한다. ‘장밋빛 미래’로 현재를 정당화할 때 주가는 무너지고, 반대로 암울한 미래를 공포로 받아들일 때 반전이 시작된다. 트레일링 PBR(주가순자산비율)로 1.2배를 넘어섰던 2021년에 위험을 줄여야 했다면, 1배가 깨진 현재 위험을 안고 주식비중을 늘려야 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7월 고점에서 1년 가까이 하락세이고, 경기하강사이클에 동반되는 물가는 아직 둔화될 낌새가 없다. 경기하강과 물가상승의 고약한 조합은 끝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에도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취하고, 또 기업들도 비용을 축소하고, 생산성을 개선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위기는 대비하지 않을 때 찾아오지,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할 때 닥쳐오는 건 아니다. 경기와 기업은 사이클이 있고, 사이클을 인정하는 순환적 사고가 투자세상을 이끈다.

물론 당장 인플레이션은 골칫거리다. 연준은 빅스텝을 넘는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어떻게든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강력한 스탠스를 내비치지만, 연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유가 상승이 고민스럽다. 미국의 최대 휘발유 소비기간인 드라이빙 시즌이 도래하는 가운데 7~8월 사우디(중동)지역의 계절적 냉방수요도 확대구간이다.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위험성으로 단기슈팅도 내재된 상태다. 다만 계절성 종료시점인 3분기 말부터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거라 전망한다. 러시아 산의 수입이 활발한 중국과 인도의 수요이탈, 당초보다 약한 EU의 대(對) 러시아 석유 제재 강도, 계절성 종료 시 수요둔화를 후행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연준의 긴축강도도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베이비스텝으로 전환되어 경기선행지수의 바닥잡기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

기본적인 경기방향을 3분기 하강에서 4분기 저점 확인 구간으로 설정하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경기 경착륙 시나리오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장단기스프레드(10년물과 2년물과의 차이)는 역전을 기록하고 있어 침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은 알고 있다.

3분기 진행될 자이언트 스텝과 이 과정에서의 3개월 물의 가파른 상승이 예상되지만 곧바로 침체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긴축으로 인한 한계기업들의 자본차입 문제와 롤오버 비용일 수 있다. 롤오버 리스크가 커질 경우 자금 경색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경기하방의 깊이가 생각보다 가파른 침체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측정하는 지표가 바로 하이일드 스프레드인데, 아직은 경고신호를 주고 있지는 않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후 침체의 공식은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6%p를 돌파할 때 발생했다. 특히, 현재 정크본드 대부분의 부채가 수년 간 만기도래가 적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만기 미국 정크본드는 전체 규모의 0.7%에 불과하고, 2024년 말까지 만기가 되는 미국 정크 본드는 발행 채권의 약 7%에 불과하다. 2008년 4분기 당시에는 미국 정크 본드 시장의 18%가 3년이내 만기 도래 예정이었다. 미국 은행들의 고유동성 비율도 당시에는 5%도 안된 수준이지만, 현재는 25%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한국 시장의 레벨을 측정하려고 경기국면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왜냐하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흐름에 따라 밸류에이션 레벨이 결정되고, 경기침체 여부에 따라 하방의 레벨이 잡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OECD 경기선행지수 고점에서 20% 수준의 주가 조정이 매번 발생해왔기 때문인데, 짧은 침체라도 리세션이 온 경우 즉, 코로나 팬데믹 같은 경우에는 그보다 더 강한 하방리스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앞서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배제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경기사이클과 긴축에 의한 밸류에이션 축소 국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증시는 현재 바닥구간을 지나고 있다. 트레일링 PBR 기준 1배인 253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긴축사이클이 강해 지수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논하는 시각이 많다. 수긍이 된다. 일례로 양적완화와 긴축구간이었던 2018~2019년에는 0.8배까지도 하락했다.

다만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1150~1120원으로의 상향 움직임이 수반되었고, 현재 1300원 수준까지 상승한 원달러 환율은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배제한다면 충분히 상승한 상태이다.

당장 바닥권 진입이라고 볼 만한 모멘텀이 부족하고, 연준의 긴축스탠스의 완화가 올해 바닥시그널인데, 그 가능성이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믿고 가야할 것은 가격이다. 가격은 가치에 비해 이제 할인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는 리턴이 커졌을 때 하는 것이지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하는 것이 아니다. 종말론 사고로 시장에서 탈출하기 보다, 순환론적 사고로 현 시기를 투자의 기회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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