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금리 상승, 자금조달 벽 높아질 가능성
금리인상→소비위축 우려, 기업 실적 경고등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제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원호연·김지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현지시간)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기업경영 전반에 미치는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인한 이자부담, 회사채 발행 부담, 수요 위축에 따른 매출 둔화, 금리역전·환율상승으로 인한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가부담 등 여러 영향이 예상되면서 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 |
▶美 ‘자이언트 스텝’에 韓도 ‘빅스텝’, 기업 영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고 한국은행도 내달 사상 처음으로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금융시장에서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시설투자 확대,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한 기업들의 금융기관 차입 및 채권시장에서의 발행금리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대출 및 채권을 포함한 기업신용은 2361조1000억원으로 10.7% 증가하며 전년(9.4%)보다 증가세가 확대됐다.
이 중 금융기관들의 기업 대출은 1541조8000억원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두자릿수 이상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기업들의 대출 등 기업신용 증가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이어진 가운데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대출 영업도 강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출금리 상승은 취약 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키운다. 은행들도 취약 기업 차주의 대출을 꺼리게 돼 기업들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회사채 금리 상승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높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금리(AA-, 3년물)는 지난해말 2.415%에서 지난 15일 4.371%로 급등했다.
최근 기업들은 향후 5년 간 10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출·채권발행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로선 조달 창구의 벽이 높아지는 셈이다.
▶물가상승 막자고 금리 올리니…기업들 소비위축 우려= 글로벌 각국 정부와 통화정책당국은 전 세계적인 초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각국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상승이 가속화되면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경기침체를 동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른 실적 둔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속적인 금리상승이 초래할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업계도 금리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동차의 경우 100% 현금으로 구매하기보다는 대부분 금융회사를 통해 할부 등의 방식으로 구매하는데, 금리 인상 상황에서는 소비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이어질 경우 시중에 통화량이 줄게되고, 자동차 할부금 상승 등으로 자동차 소비 심리 역시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항공유 가격 급등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과 고환율 추세 등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여행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 1달러(배럴당) 변동시 2800만달러(약 358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환율 10원 변동시 약 410억원의 외환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평균금리가 1% 오를 경우에는 약 450억원의 이자비용이 증가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원료 수입의존도가 높고, 외화부채 비중이 큰 만큼 유가, 환율, 금리 등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팬데믹 이후 풀리고 있던 항공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t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연합] |
▶수출영향·금리역전 우려되지만…인상 속도 조절해야=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역전과 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수출둔화 등의 영향도 기업들이 고려하는 상황이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미 금리인상은 신흥국의 경제와 수입 수요를 둔화시켜 우리나라의 대(對) 신흥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행한 이후 3개월만에 수출 중 신흥국 비중은 1.5% 포인트 감소하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입 거래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달한다며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관련 비용 확대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경연은 Fed가 향후 기준금리를 적정수준인 2.33%까지 인상하고 한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한다면 적정 기준금리는 2.8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인상은 기업 연체율 증가, 경기위축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속도조절론’도 제기된다.
한경연은 “가계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위축, 금융건전성 저하, 그리고 이에 따른 경기위축 가속화 등의 부작용을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면 단기적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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