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관련 국내 투자 두고 ‘입장차’
21일부터 2회독…출고적체 해소할까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달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올해 임금 투쟁 출정식을 열었다. [현대차 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미래차 관련 국내 신공장 건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국에 전기차 공장, 기아 경기 화성공장에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공장을 짓기로 한 것과 달리 현대차에만 신규 투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사측은 신사업 관련 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내 공장의 사업성, 투자가치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사측과 10차례 교섭을 벌인 끝에 이날 단체교섭 요구안 1회독을 마무리했다. 1회독은 노조 요구사안에 대해 노사 상호 간 입장과 논리, 주장 등을 펼치는 단계다. 노사는 오는 21일부터 핵심쟁점을 좁히는 단체교섭 2회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단체교섭 1회독에서는 ‘미래차 신규 투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국내 신공장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는 “지속가능한 고용이 이뤄지기 위해서 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작년 교섭에서도 미래 산업 관련 합의를 진행한 만큼,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PE모듈, 전기차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 부품의 자체 생산, 미래형 자동차 산업 국내공장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PE모듈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을 통합한 것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현재 현대모비스가 생산해 현대차·기아에 납품하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자체 생산해 장기적으로 미래차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PE 모듈은 협력사 주관으로 부품 개발이 진행돼 내재화가 어렵다”며 “배터리의 경우 이미 화학분야의 전문 대기업들이 존재하고, 원천 기술력에서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다 기술 진입장벽도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회사는 사업성과 투자가치, 국내 공장의 제반 여건, 인력 구성, 생산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므로 당장 신사업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단 입장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자동차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노조가 이처럼 신공장 건설 요구에 나선 것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차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품 수는 50%, 고용은 30~4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로 전체 인원을 줄여나갈 계획이지만, 노조는 일감을 확보해 정규직 인력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두고도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가 되면 기본급의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정년 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특근 등을 통한 출고적체 해소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핵심 쟁점이다. 2년여간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까지 더해지며, 현대차의 핵심 차종의 경우 출고까지 1년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있다.
회사는 “노사 간 빠른 교섭을 통해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노조는 “굵고 길게, 시기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기간에만 현대차·기아는 5000여 대의 생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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