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비 협상 틀어지면 내달 또 공급 중단
원자재값 인상에 공급차질…성수기 놓쳐
지난 8일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트럭들이 운행이 중단된 채 주차된 모습.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는 오는 27일 운반비 협상 결렬시 다음달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화물연대 파업은 우여곡절끝에 봉합됐지만 레미콘 업계에는 또 다른 노조리스크가 기다리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과의 협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다음달 1일부터 다시 파업을 맞게 된다. 시멘트 등 원자재값 인상부터 시작해 파업으로 인한 공급난까지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 장사는 물 건너 갔다는 게 업계의 자조섞인 평가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로 구성된 전운련은 업체와 운송료 협상 결렬 시 다음달 1일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전운련은 회당 운송료 27% 인상, 요소수 100% 지급, 명절상여금 100만원 지급, 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전운련 상조회장 수당) 1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업체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28일 찬반투표를 진행, 그 결과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운송거부에 나설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운송거부가 현실화되면 수도권 기준 1만여대 차량 중 9000여대가 멈추게 된다.
레미콘 업계가 고려하는 운송료 인상 폭은 5% 선. 최근 3년간 평균 운송료 인상폭이 9.4%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27% 인상 요구는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지난해는 수도권 기준 레미콘 거래 가격이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는데도, 회당 운반단가는 10% 가량 인상하기도 했다.
전운련의 쟁의행위와 화물연대 파업을 동일 선상에서 놓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제유가는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울 정도로 급등세인데, 정부 지원액은 이에 크게 못미쳐 운수 종사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화물연대 측이 생계보장을 위해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한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레미콘 차량은 업체가 운송거리에 비례해 금액을 산정, 기름값을 지원해주고 있어 급등한 유가는 온전히 업체가 부담한다. 무엇보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개인사업자여서,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진, 삼표, 아주 등 레미콘 제조사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이미 2주간 공급난을 겪었다. 레미콘 원재료 중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멘트가 제대로 출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지난 14일 기준 출하량이 2만400t에 불과, 성수기 평일 출하량 18만t의 11%에 그쳤다.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면서 레미콘업계도 연쇄 타격을 입었다. 레미콘업계는 일찌감치 충청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산이 멈췄다. 지난 13일께에는 10곳 중 6곳 꼴로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 14일까지만 해도 업계 추정 매출 손실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레미콘업계는 올 초부터 시멘트대란과 운반비 및 골재가격 급등 등을 겪어왔다. 지난 2월부터 시멘트가격도 연이어 인상됐고, 4월에는 레미콘 운반비도 올랐다. 원가 상승요인을 수개월간 떠안아 왔는데, 건설사와의 가격협상은 지난달에나 이뤄졌다. 여기에 일련의 공급난까지 더해져 사실상 봄 성수기 장사는 놓쳤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올 상반기 업체들의 손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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