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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전세푸어’시대의 개막

지금 주택시장의 관심은 온통 8월 이후에 맞춰져 있다. 2년 전부터 시행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던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해서다. 많은 전문가는 ‘전세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일각에선 큰 움직임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세난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올리지 못한 부분과 향후 4년간 올리지 못할 것까지 반영해 전셋값을 대폭 인상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전세난이 벌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은 전셋값이 최근 2년간 이미 너무 많이 올라 더 높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어떤 판단이 더 현실적일까. 직장 때문에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서 전세를 사는 연모 씨 사례를 보자. 그는 자신이 보유한 용인시 풍덕천동 A아파트 전세를 오는 10월 2억원 이상 올릴 계획이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4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만 올린 아파트 전세다. 그런데 현재 이 단지 같은 크기 전세 신규 계약 건은 아무리 싼 것도 6억5000만원 이상에 계약되고 있다. 연씨는 “현재 거주하는 구리 집의 전세금도 내년 3월 2억원 가까이 올려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풍덕천동 아파트의 전셋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씨 같은 집주인들은 8월 이후 최소 시세에 맞추는 선에서 전셋값을 올릴 것이다.

연씨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통계가 제각각이다. 먼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 지난해 7월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임대차계약 갱신율을 조사한 결과, 임대차2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7%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10건 중 8건의 계약이 갱신계약이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수치는 홍 부총리가 정책 홍보를 위해 계약갱신률이 높은 특정 단지를 뽑아 산정한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2021년 6월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5개월간 전국에서 진행된 50만9000여건의 임대차 거래를 분석한 결과, 신규 계약은 80.3%, 갱신계약은 19.7%로 파악됐다. 이 통계대로라면 10건 중 2건만 갱신계약이라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를 종합하면 전체적으론 10건 중 2건, 일부 단지에선(최소 100곳) 10건 중 8건 정도까지도 갱신계약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이들 단지 갱신계약 만료 아파트에서 연씨처럼 최소한 주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리기 시작하면 시장 상황은 어떻게 될까.

‘전세난은 없다’고 주장하는 한 전문가는 “일부 갱신계약 만료 건이 신규 임대 수준으로 ‘키맞추기’를 한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통계가 신규 계약 중심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글쎄다. 20%든, 80%든 단기간 수억원씩 전셋값을 마련해야 하는 임차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통계적으로 전세가 더 오를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릴지 의문이다.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기존 세입자들은 앞으로 ‘전세난민’ ‘전세푸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힘들 것이다. 지금 사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게 전세난이 아니고 무엇일까.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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