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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브라질에 유니콘 기업이 많은 이유

축구에 펠레, 농구에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아이스하키엔 ‘웨인 그레츠키’란 걸출한 인물이 있다.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닌, 퍽이 갈 곳으로 움직인다.” 그레츠키 스스로 밝힌 성공비결은 단순하지만 큰 울림을 준다. 수많은 경쟁자가 레드오션에서 다툴 때 남보다 앞서 블루오션을 선점하는 것. 말은 쉬워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퍽은 ‘돈’과 ‘기술’이다. 돈과 기술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곳으로 움직인다. 성공한 빅테크기업이 대표적 예이다. 빅테크기업들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이전까지 당연하게 감수했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사람들은 이런 개선 과정을 ‘혁신’이라고 부른다. 넷플릭스 이전 비디오대여점의 불편함을 깨닫기 어려웠고 구글, 아마존 이전엔 고비용 자체 서버와 오프라인 쇼핑시간·비용을 당연시했다. 애플은 15년 전엔 상상조차 어려웠던 일들을 휴대전화 하나,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혁신 기술·기업은 비용, 시간뿐 아니라 환경오염, 질병, 사회적 속박으로부터도 우리를 ‘해방’시키고 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은 새로운 빅테크기업 후보들이다. 지난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수는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스타트업 기업들에 위기보다 성장 기회가 된 셈이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 수가 10개를 넘는 국가는 11개국에 불과하고, 유니콘 기업 절반 이상은 미국 기업(488)이다. 유니콘 기업 보유 상위 11개국 중 개발도상국은 중국(170), 인도(55), 브라질(15) 3개 나라다. 우리나라는 11개로, 11위다.

브라질은 기업 친화적인 국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브라질 코스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유니콘 기업이 우리보다 많은 이유는 브라질 대표 핀테크기업 누뱅크(Nubank) 성공 배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누뱅크는 쉽게 말해 ‘브라질의 카카오뱅크’다. 기존 은행들과 달리 계좌 이용 수수료를 받지 않고 쉽고 빠른 온라인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4800만명에 달했던 고객 수는 현재 6000만명까지 급성장했다. 고객 규모와 성장 속도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 중 단연 선두다. 오랫동안 비상식적으로 불편했던 브라질 금융 서비스가 누뱅크에 급성장 공간을 제공했다.

‘의외로’ 스타트업에 관대한 정부 규제도 유니콘 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13년 브라질 의회가 디지털 금융회사 설립이 가능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면 누뱅크는 불가능했다. 브라질 유니콘 기업 상당수가 핀테크나 우버와 유사한 운송·배달애플리케이션업체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최근 브라질 지방정부가 우선적으로 투자 협력 유치에 나서는 것도 스타트업이다.

혁신은 화려한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자유로운 곳에서 이루어진다. 열 가지 지원 정책보다 한 가지 규제 철폐·완화가 유니콘 기업 성장에 훨씬 더 이로울 수 있다.

배상범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관장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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