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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꿀벌 실종’에 과일 값이 오른다고?

지난해 여름,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양봉 영상을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20대 양봉업자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방구석에서 꿀벌의 사계절을 지켜보게 되었다. 다른 시청자들도 부지런히 꿀을 따고 세력을 키워가는 벌들의 모습에 반려묘나 반려견 채널을 방불케 할 만큼 꿀벌을 애지중지 여겼다.

그러던 2월 전남, 경남에서 꿀벌이 사체도 없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영상으로 접하게 됐다. ‘바이러스성 전염병 때문이다’ ‘꿀벌 응애 때문이다’ 여러 말이 나왔다. 농약, 전자파, 기후위기 등도 원인으로 거론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잠시 잊고 있던 ‘꿀벌 실종 사태’는 식탁 물가 기사에 다시 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월동 꿀벌 폐사로 현재 양봉용 꿀벌 사육 마릿수는 평년(255만봉군)과 견주어 6% 감소한 240만봉군으로 추정된다. 벌통 하나당 1만마리에서 2만마리의 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에서 약 78억마리의 벌이 행방불명된 셈이다.

꿀벌 실종 사태는 꿀 생상량 감소로만 끝나지 않았다. 양봉 농가와 공생관계를 형성하던 과수·채소 농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마다 3~5월이면 양봉 농가는 과수·채소농가에 수정벌을 대여해준다. 양봉 농가는 밭에서 꿀을 얻고 과수·채소 농가는 벌들로 하여금 꽃이 핀 식물의 수분을 맡긴다. 수십년 동안 과수원 농가와 양봉 농가는 서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상부상조해왔다. 경제학용어로는 ‘외부 경제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꿀벌 실종 사태로 식물들의 수분을 도와줄 꿀벌이 사라졌다.

과수·채소농가는 사라진 외부 경제 효과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배, 감 등 꽃이 피는 5월 과수농가는 하는 수 없이 꿀벌 대신 사람을 써 인공 수분을 했다. 사람 손이 아무리 능수능란한다고 해도 꿀벌의 비행을 이길 순 없다. 통상 일벌은 꿀을 찾기 위해 하루 40∼50회 비행한다. 게다가 인공 수분보다 성공률이 높고 기형 과실 비율은 적다고 한다. 인공 수분 마저도 인건비가 오르고 농가 고령화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정이 어려워지니 과수농가 전체 비용이 증가하면서 과일값이 급등했다. 농진청은 수박 농가의 경우 하우스 1개당 15~20%의 생산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수박 가격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약 28% 올랐다. 이달 수박 한 통의 소매가격은 2만2000원대로, 지난해 1만7000원보다 약 20% 더 비싸다.

수박뿐 아니라 참외, 호박, 고추, 배, 단감, 사과 등을 재배하는 농가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먹거리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되고 있다. 꿀벌 실종 사태로 오는 가을 배, 단감, 사과 가격마저 오를까 두려운 이유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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