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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년만에 쌍둥이적자 오나...한국경제 가시밭길 예고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가득 쌓여있다.[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서정은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4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재정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 수입 증가세를 수출이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최악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함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 경상수지 적자, 계절적 요인보다 수입액 증가가 더 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23개월 흑자 행진이 깨졌다. 1년 전에는 1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었다.

4월은 전통적으로 12월 결산법인의 해외 배당 지급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 압박을 받는다. 실제 삼성전자가 배당을 크게 늘렸던 2019년 4월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 4월에도 흑자폭은 1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한은도 계절적 요인으로 5월엔 다시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배당소득수지와 이를 포함한 본원소득 수지 적자폭은 1년 전보다 각각 13억4000만달러와 6억7000만달러가 축소됐다.

경상수지를 끌어내린 게 수출입 상황을 반영하는 상품수지 영향이 컸다는 방증이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도 “4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된 가운데 본원 소득수지가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하면서 적자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품수지는 2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 20억달러나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수입이 1년 전보다 79억3000만달러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이 기간 59억3000만달러 증가에 그쳤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상황이라 해도, 상품수지에 연동되는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경상수지는 추세적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다. 4월 재정수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통과 등으로 사실상 적자재정은 확정된 바나 다름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분도 있고 무역수지 적자도 예상되면서 쌍둥이 적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에 불안정성을 높이는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원화 약세 이어질 가능성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외환시장도 더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무역수지 악화는 원화약세를 더 재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도 더 확대된다.

한은도 앞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3.8% 가운데 9%가량(0.34%포인트)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환율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하루 1.15원씩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데다가, 환율의 물가전가율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0’ 수준에서 올 1분기 0.06에 이른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상승률도 0.06%포인트 오른단 의미다.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길어지고 중국 봉쇄 조치 등이 더해지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수출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 커진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 여행이 늘어나는 것이나,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투자가 얼마나 이뤄질지 등을 감안하면 경상수지에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면서 “특히 환율은 정부 개입도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다만,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가 2년만에 첫 적자지만, 예상보다 나쁜 수치는 아니다”면서 “중국 봉쇄가 풀릴 경우 수출 타격이 줄겠지만, 물가 상승과 수입 증가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수출이 한국 경제를 뒷받침 해주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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