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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대에 일회용컵 1123개가 모였다[지구, 뭐래?]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오는 10일은 원래 뜻깊었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오랜 기간 우여곡절 끝에 1회용컵 보증금제가 드디어 시행되기로 했던 날. 하지만 의미는 퇴색했다. 시행은 12월로 유예됐고, 또다시 6개월여 기다려야 한다. 미뤄진 걸 되돌릴 순 없지만, 과연 12월엔 제대로 도입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서는 이들이 있다. 남은 6개월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겠다는, 이익 하나 없는 일에 내 시간을 할애하며 1회용컵 줄이기에 진심인 이들. 지난 주말 홍대에 1회용컵 1123개가 모인 이유다.

연휴였던 지난 5일. 이날은 ‘환경의 날’이기도 했다. 올해는 50주년이라 더 의미가 깊다. 50주년 주제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 지구를 아끼려는 50년 전 각오를 되새기자는 의미다.

연휴임에도 이날 홍대엔 흰색 옷을 입은 5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환경운동단체 와이퍼스와 페셰에서 모인 이들. MZ세대의 젊은층 외에도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이날 이들이 모인 건 환경의 날을 맞아 홍대에서 버려진 1회용컵을 줍기 위해서다.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홍대 골목 곳곳을 돌며 버려진 1회용컵을 모았다. 아직 음료가 남은 컵도 다수 발견됐다. 70여분 만에 이들이 모은 1회용컵은 총 1123개. 모은 컵은 내용물을 비우고 씻어서 향후 1회용컵 보증금제 도입 촉구 캠페인에 쓰일 수 있도록 전달했다.

이들이 굳이 연휴까지 반납하며 ‘줍깅’에 나선 건 1회용컵 보증금제가 경제적 관점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황승용 와이퍼스 닦장은 “300원이란 보증금제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고 소비자와 점주, 본사가 모두 불편하다는 것도 맞다”며 “보증금제의 궁극적인 이유는 불편함을 느껴 1회용 쓰레기 자체를 줄이자는 데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1회용컵 보증금제는 사용된 1회용컵이 회수 없이 버려지는 걸 줄이고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도입하기로 한 제도다. 1회용컵에 라벨을 부착해 사용하고 사용 후 매장에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는 제도다. 제도 초기임을 감안,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형 매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즉, 주요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소규모 카페 등은 이에 제외된다.

오래전부터 시행 예고된 제도이지만, 정작 시행이 임박하면서 반발은 불거졌다. 사실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다. 최대 쟁점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부담 분배 문제에서 비롯됐다. 보증금제 도입에 따라 매장은 라벨 비용 및 컵 처리비용 등으로 컵 하나 당 11~17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 비용을 본사나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해줄 것인지 등을 두고 일선 가맹점의 반발이 커졌다. 예상된 반발이지만 정부는 대책이 미흡했고, 본사는 책임을 유예했다. 그 결과 소상공인과 보증금제의 대결 구도로 비화됐고, 여당에서도 제도 유예 필요성을 거론했다.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사진=와이퍼스, 페셰 제공]

환경부는 논란이 일자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며 12월 1일까지 제도를 유예한 상태다. 환경단체에선 정부의 책임있는 이행 의지 및 지원과 함께 프랜차이즈 본사가 더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1회용컵 사용에 따른 환경 오염 책임은 생산·유통·소비자가 모두 나눠져야 한다”며 “1회용컵 보증금제를 시작으로 음식점 다회용기, 페트병, 화장품 용기 등에도 보증금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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