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평소 10% 선…내주 건설 중단 위기
반도체·가전 업계도 “불똥 튈라”…상황 주시
7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으로 철강제품 7만5000t의 출하가 막히는 등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운송 거부) 출정식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도현정·문영규·김지헌·주소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으로 하루 7만5000t(톤)에 달하는 철강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는 등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7일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으로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제품 출하가 원천 봉쇄된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다.
이날 오전부터 화물연대는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벌이며 물류 출하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이로써 포항제철소의 화물차를 이용한 육상 출하는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전면 중단됐다. 포항제철소에서 화물차를 이용해 하루 출하되는 제품 규모는 약 2만t 규모다.
하루 1만5000t 가량의 제품을 화물차로 내보냈던 광양제철소 역시 육상 출하가 중단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봉쇄 파업이 이어지면서 하루 3만5000t씩 제품 출하가 막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도 발이 묶였다. 포항공장에서 9000t 규모의 제품 출하가 중단된 것을 비롯해 당진·인천·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사업장에서 총 4만t가량의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나 조선 등 전방산업에서 철강제품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제품 출하가 무기한 중단되면 전체 산업 활동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일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으로 철강제품 7만5000t의 출하가 막히는 등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 |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전국의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선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시멘트를 공급하는 경기 의왕 유통기지가 화물연대의 봉쇄로 운송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요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에 확보된 시멘트 재고가 1~2일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일로를 갖춘 대형사들 역시 4~5일 정도 재고만 확보한 상황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대란으로 정부에서 매주 생산량을 점검해 왔는데 이제는 생산해봐야 운송할 방법이 없다”며 “다음 주 초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건설 현장이 멈췄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타이어 업계도 한국타이어가 최대 12만 본의 타이어 출하에 어려움을 겪은 것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8만여 본, 넥센타이어 2만여 본 등 약 22만여 본에 달하는 타이어 제품의 운송이 막혔다.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이 밀집한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역시 화물차 통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쟁의 시간을 피해 비조합원들이 운송을 하고 있지만 화물연대에서 눈치를 주며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의 봉쇄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업체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완제품은 주로 항공 화물로 수출하니 큰 문제는 없지만, 각종 소재는 벌크로 반입하다 보니 파업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 역시 현재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중단으로 시장에 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경우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이미 많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 인상의 삼중고를 겪는 와중에 수출 물품의 운송 차질이 발생하면 기업들의 피해를 산술적으로 추정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