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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레에다 히로카즈,“태어나줘서 고마워…생명 소중함 일깨우는 작품됐으면”
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이유는…”
베이비박스 놓고 다양한 사람들 여정
옹호·비판 입장 최대한 취재하고 소통
촬영편집 본 송강호의 소감이 큰 도움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한 작업 매력적 체험
특별한 컷 될 거란 직감은 흥분되고 멋진 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도 팬이 많다.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대다수 작품의 대본을 쓰고 연출도 한다. TV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연출을 거쳐 영화감독이 된 후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는 등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가족, 소외, 아동학대 등을 소재로 즐겨 다루면서 사람들에게 행과 불행에 대해 묻곤한다. 신파적 요소 없이 진행되는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담담하게 나아가다가 서늘해지기도 하는 그만의 작품세계에 매료된 덕후들이 꽤 있다.

천국에 대한 상상으로 죽음과 기억에 대한 화두를 끄집어낸 ‘원더풀 라이프’(1999)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네 아이의 삶을 다뤄 사회가 큰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아무도 모른다’(2004), 아이를 통해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철 없는 가장 ‘료타’를 중심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진정한 어른이 될수 있음을 보여준 ‘태풍이 지나가고’(2016),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어느 가족’(2018) 등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에는 한국영화 ‘브로커’의 감독으로 나서 주인공인 송강호가 2022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받게했다. 8일 개봉한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다. 송강호는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는 상현, 강동원은 상현과 함께 아이를 훔쳐 입양을 보내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 이지은은 아기의 생모 소영 역을 각각 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던지는 질문마다 말을 차분하게 잘했다. 답하기 싫은 질문도 있을 법 한데, 어떤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고레에다 감독이 말을 잘하는 것도 영화를 잘 만드는 재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브로커’를 만든 소감부터 말해달라

▶한국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 아니다. 외국사람이 만든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다. 그래서 베이비박스와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많은 취재를 했다. 이번에는 특히 다양한 각도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베이비박스를 두고 나눠지는 옹호와 비판 입장을 최대한 취재했다. 보육원 시설 관계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현장에서는 소통을 통해 의견을 나눠 위화감이 덜 드는 착지점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도 든다.

-전작들과 결이 조금 다른가?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을 접해보지는 못했다. 직접적인 대사가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의도적인 부분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입장을 들었다.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갖고 어른이 된 보육원 출신이 있었다. 이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에 있다고 생각했다. ‘브로커’가 생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그것이 소영(이지은)을 통해 모든 등장인물에게 “태어나줘 고마워”라는 대사를 던지게 한 이유다. 동수(강동원)에게 불을 끄게 한 것도 그 말에 대한 집중력을 위한 것이었다.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다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처음에 베이비박스 시설이 많은 것으로 들었는데, 운영되고 있는 곳은 서울의 한 곳이더라. 영화는 픽션이므로 서울에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실제 상황과 영화에서 다룬 것을 오버랩시키는 것이 또 다른 편견을 낳을까봐 조심스럽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낙태에 관해 이야기가 있었다. 일본에도 낙태를 할때 남편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저는 이 부분에 반대한다. 자칫 이 영화가 낙태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분도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아이 생명을 구해줘 맡긴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베이비박스 옹호 의견이 있다. 반면 명백한 육아포기이자 영아유기라는 입장도 있다. 베이비박스는 이를 조장하는 원인을 만드는 것이다. 양쪽 다 있다. 일본도 그렇다.

영화 앞부분에 경찰인 수진(배두나)이 “버릴 거면 낳지 말아야지”로 시작한다. 영화가 끝날 때 수진이 안고 있는 엄마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를 봤으면 한다. 엄마뿐 아니라 주변 어른들 책임도 있다.한국은 일본보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가 10배가 많다고 했다.

이런 것들과 상관 없이 나와 같이 하자고 한 배우가 있다. 선악이 혼재된 배우 송강호가 자연스럽게 연상됐다. 송강호가 자상한 웃음으로 아기를 안고 있고, 아기를 팔아버린다. 이 영화의 출발점은 송강호라 할 수 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어떤 전개를 하려고 했으며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나

▶큰 가족이라는 화두가 머리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세 개의 박스를 생각했다. 첫번째 박스는 아기가 들어가는 박스, 두번째는 브로커가 타고가며 유사가족이 돼가는 차량, 세번째는 선악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의 사회라는 큰 박스다. 이 세가지 박스를 통해 영화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게 되는 사회가 이 뒤에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현장 연출이 가능했는지.

▶신을 찍고 OK 하더라도 나는 대사의 의미나, 믿음, 카메라안에 잡힌 걸 가지고 판단한다. 컷 하고 나면 송강호가 와서 전(前)테이크가 좋았던 것 같다 등의 감상을 얘기해줘, 그게 편집에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촬영이 끝나면 그날 연결해 편집본을 만드는데, 다음날 송강호가 점심휴식에 이를 보고 솔직하게 소감을 얘기해줬다. 감독을 존중하면서 그런 확인작업을 매일 해줘 큰 도움이 됐다.

이지은은 ‘나의 아저씨’를 본 느낌이 강해 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소탈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고, 소통하기가 좋았다.

-톱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처음부터 올스타 캐스팅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쓴 결과 그 이미지에 맞는 배우가 그대로 다 나와줘 고맙다. 이지은은 ‘나의 아저씨’와는 다른 역할로 썼다. 캐스팅뿐 아니라 스태프도 정상급이다. 배우와 스태프 덕분에 완성도가 좋다고 느낀다. 꿈 같은 게 실현돼 고맙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이어 두 번이나 외국영화의 감독을 맡았다.

▶칸을 8번 갔다. 갈때마다 스태프도 다르고, 모두 신선했다. 이번에는 칸 건물마다 ‘브로커’ 간판이 걸려 있었다. CJ의 힘이 대단했다. 나는 외국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재미라기보다는 뛰어난 배우와 매력적인 체험을 했다고 본다. 송강호, 배두나에게서 그런 점을 느꼈다. 송강호가 밀려오는 감정을 표현하고, 배두나가 남편에게 전화할 때 뭔가 엄청난 일, 특별한 컷이 될 거라고 직감했다. 언어 차이를 넘어선다. 프랑스에서 촬영할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이걸 경험할 수 있는 게 나에게는 흥분이고 멋진 일이다.

-콜라보 효과는 어떤 것일까

▶글쎄, 흥행때문에 콜라보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상일 감독의 ‘유랑의 달’(2022)은 일본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이 찍었는데, 일본촬영감독과는 다른 배우의 모습을 담아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런 협업과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

-영화 연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즐거운 현장이다. 어린 배우, 어린 막내 스태프까지 다시 촬영현장에 오고싶게 하는 것이다. 현장에 왔던 아이들이 어른들이 즐거워 보였으면 한다. 아이에게는 학교와 집 외에 처음 일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이 못되고, 싫다는 느낌을 안가지게 하고싶다.

-왜 일본영화가 과거에 비해 침체됐다고 보는가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아스지로 등 과거 거장들과 비교해서 비하를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긴 영화의 역사가 있으면 이태리나 프랑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흐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자산위에 영화를 만드는 것에 감사한다. 밖에서 보면 일본영화는 침체로 보일 것이다. 의욕과 잠재력 있는 창작자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제작시스템이 구태의연한 것도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때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렵다. 시간과 자본이 부족하다. 그래서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기 힘들다. 구조적 개혁이 잘 안되는 게 일본의 부족한 부분이다. 내가 한국과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일본에서 뭐가 부족한지 느끼는 바가 있다. 일본에 가서 이를 보완하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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