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카니발 디젤 모델 16개월 기다려야
전기차 EV6는 18개월 기본…4일 전공장 특근 멈춰
반도체 부족 현상 장기화…1~5월 판매량 감소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출고적체 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까지 최장 1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부품이 부족해 특근 등을 통해 공장 가동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각종 사양과 외장 색상에 따라 출고 기간이 더욱 늘어나기도 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7일 현대차·기아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6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이달 신차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은 전달보다 2~3개월 정도 길어졌다.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출고 적체는 더 심화했다.
현대차의 ‘아반떼 HEV’는 지난달 12개월에서 이달 14개월로, ‘싼타페 HEV’는 12개월에서 16개월로 대기 기간이 대폭 늘었다.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는 전달과 마찬가지로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비교적 대기 기간이 짧던 가솔린, 디젤 차량 역시 반도체 부족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아반떼 가솔린’은 지난달 9개월에서 이달 10개월로, ‘투싼 가솔린’은 6개월에서 9개월로 대기 기간이 증가했다. ‘싼타페 가솔린’과 ‘싼타페 디젤’ 역시 지난달 7개월 대기에서 각각 8개월, 9개월로 대기 기간이 늘었다.
제네시스 ‘G70’과 ‘G80’은 지난달 각각 3개월, 6개월 대기였지만, 이달 주문할 경우 4개월,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기아 경기 화성 공장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
기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K5’는 가솔린, HEV, LPI가 지난달 각각 5개월, 12개월, 12개월에서 이달 7개월, 13개월, 15개월로 대폭 늘었다.
‘스포티지 디젤’은 14개월에서 16개월로, ‘카니발 디젤’도 14개월에서 16개월로 대기 기간이 2개월씩 증가했다.
전기차 ‘EV6’의 경우 전달과 마찬가지로 18개월이 걸린다. 출고 대기 기간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는 반도체 등 각종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코로나19,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차량 내 전자장치를 제어·통제하는 전자제어유닛(ECU),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도메인컨트롤유닛(DCU) 등부터 전방레이더, 후측방레이더, 운전자 주행보조 제어기(ADAS DRV) 등의 반도체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공장 가동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의 세계 최대 규모 단일 공장인 울산공장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주말 특근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주 단위로, 공장별로 특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올해 5월 중순 울산 1~5공장 전체 10개 라인이 토요일 특근을 실시하며, 생산에 활력을 찾는 모습이었으나, 이달 4일에는 다시 전 공장이 특근을 중단했다.
고객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출고 적체가 계속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판매 역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1~5월 누적 글로벌 판매량은 153만68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했다. 기아 역시 올해 1~5월 115만9832대를 판매했는데, 지난해 동 기간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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