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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대책에도 5%대 고물가-고금리 가속화…가처분소득 줄어 소비자 지갑 닫는다
[내우외환 한국경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14년 만에 첫 5%대 진입
급등한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에 도둑 맞은 서민 살림살이
한은 기준금리 인상...가계 대출금리 2년만에 2%→4%대
전문가 "체감 정도 큰 품목에 대한 추가 감세 조치 절실"

3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선을 뚫고 근 14년 만의 최고치인 5.4%까지 치솟았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직장인 이모씨(42)는 최근 생활비를 올려달라는 아내와 다퉜다. 현재의 생활비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아내의 말에 “아껴쓰라”고 답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이씨는 아내가 건네는 영수증을 보고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국수, 소금, 밀가루, 식용유, 된장, 시리얼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먹거리를 담았지만, 아내 말마따나 그 가격이 30%이상 더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파트를 사느라 진 빚을 갚기 위해 들었던 적금을 깰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적금을 깼지만, 이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이자도 계속 올라 빚부담이 더 심해져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소리 없는 도둑’이 각 가계 살림을 털어가고 있다. 정부가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라는 민생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도(大盜)는 거침 없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평소 구입하고 이용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다보니 지갑 열기가 무서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소리 없는 도둑이 내수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주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봤다.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에 공조 노력이 없을 경우, 실물 경기 변동 폭이 확대되거나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기름과 장바구니 물가가 심각하다. 이달 들어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경유 가격은 리터(L)당 2000원을 넘어섰다. 5월 가공식품 지수는 1년 전보다 7.6% 올랐다. 국수(33.2%), 소금(30.0%),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 22개 품목이 10% 이상 올랐다.

정부는 민생과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신속 편성·처리했다. 또, 치솟은 경유값에 생계를 위협받는 화물차 등 운송사업자를 위해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600만~1000만원의 손실보전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더해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통해 돼지고기·밀가루·원두 등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수입 원가를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행은 6, 7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가계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고금리도 한 몫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연 1.50%의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연거푸 인상하면서 2년 전 2% 후반대 수준이던 가계대출 금리는 최근 4%를 웃돈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격히 불어났다.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2019년과 이후인 2020∼2021년의 체감물가 변화를 소득분위별로 살펴본 결과, 체감물가 상승률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 2.7%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에 따른 가계 실질구매력 감소가 소비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 소득이 정체되는 가운데 높은 물가 수준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내수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부상하는 상황”이라며 “가계가 체감하는 정도가 큰 품목에 대해 감세 조치가 절실하며,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를 살펴 감세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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