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재명계 VS 친문·반(反)명계 사활 건 ‘전쟁’
선거 기간 내내 임시 봉합했던 갈등 곪아 터져
친문·친명계 의원 모두 물밑서 ‘분당’ 언급까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도 “이럴 거면 분당하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 책임론’을 놓고 반으로 쪼개지고 있다. 두 번의 큰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쌓였던 계파 간 불만이 폭발하듯 일거에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갈등의 기저에는 2024년 총선과 공천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한다. 앞으로 2년 간 당을 이끌 새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분당(分黨)’ 가능성을 물밑에서 언급하는 의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4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럴 거면 당을 갈라서 나가라”는 당원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일단 의원들 사이 ‘감정의 골’이 상당하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매번 임시 봉합했던 상처가 곪아 터진 모습이다. 이원욱 의원(3선·경기 화성시을)이 지난 2일 새벽 SNS에서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비꼰 게 대표적인 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앙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밀었던 송영길 전 대표를 서울시장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가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문자폭탄 공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혁신을 위해 광화문포럼 해체 및 계파정치 종식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
당시 이재명 의원의 측근 그룹 ‘7인회’ 좌장 정성호 의원도 SNS에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런 작태들을 용납하는건 너무나 비겁한 일”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임에도 대선 때 선대위 ‘6본부장’ 중 하나인 조직본부장 중책을 맡아 이재명 대선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본인 스스로는 생각할텐데, 강성 지지층들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이라고 비하하고 공격을 퍼부으니 감정이 많이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필요하면 내가 대표 수박이 되겠다”며 강성 지지층을 직격하는 글도 올렸는데, 여기에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전직 수행비서인 백종선 씨가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는 협박성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댓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친문계도 선거 직후 연일 SNS와 라디오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명길(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을 후벼파고 있다. 격한 표현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친문 김종민 의원(재선·충남 논산계룡금산)은 지난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송영길 두 사람의 지선 출마를 두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두 사람이 ‘기본적 상식’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친문 중진인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구을)은 같은 날 오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이러다가 분당 사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계파 간 갈등은 숙명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 오늘(3일) 의총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고 답했다. ‘분당’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를 나서서 부정하지도 않은 것이다. 실제 친문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면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일단 전략적 ‘로키’ 모드로 공개적인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친명계 한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연일 맹공을 퍼붓는 친문 의원들에 대해 “정신 나간 사람들”, “의도가 불순하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친문의 공격은 결국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 위한 의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사람들은 당이 어떻게 되든 당권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이런 상황이라고 하면 더더욱 직접 나가야 된다”고 했다.
강성 개혁 성향의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이 당 대표가 안되면 당을 쪼갤 수 밖에 없다”며 “개혁이 다 죽어버린 당이 무슨 민주당이냐”고 분당을 언급했다. 그는 송영길 후보 출마를 ‘개인 욕심’이라고 비판했던 중진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간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2일 서울 중구 무교동 캠프사무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발언을 마친 뒤 지지자들과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강성 개혁 성향의 의원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의원(초선·서울 동작구을)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깨지는 순간에 직면하더라도 우리는 철저히 패인을 분석하고 당을 제대로 끌고가지 못한 지도세력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 대중정당으로서 길을 걸어야했다”며 ‘분당’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의 내홍과 분당 위기는 새 비대위 구성과 대선·지선 패배 원인 분석 과정, 전당대회 룰 세팅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대선과 지선에서 연달아 패해 ‘리더십 공백’ 상태가 빚어진 탓에 구심점이 될 ‘구원투수’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 간 당의 주류였던 친문계도, 대선과 지선에 직접 나섰던 ‘신(新)주류’ 친명계도 모두 상당한 ‘스크래치’가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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