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ARM 관련 이미지칩,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유튜브 등 캡처]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 영국의 ARM 공동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ARM 매각에 대해 관심을 보인 바 있는 인텔, SK하이닉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지 주목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RM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고 반도체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라며 “퀄컴은 ARM 지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몬 CEO는 “ARM 지분을 공동 투자하기 위한 컨소시엄의 크기가 충분히 커진다면 ARM을 완전히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회사가 참여할수록 ARM을 더 중립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특정 국가 반도체기업이 ARM의 지분을 일방적으로 가져간다면 ARM의 설계 기술이 해당 국가로 쏠릴 우려가 있지만 공동 투자한다면 이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FT는 “기업공개(IPO)는 기술적 중요성이 큰 ARM의 미래 소유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퀄컴의 인수 시도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기업인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AP)에 들어가는 설계 기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기존 PC와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기반에 인텔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ARM은 주요 스마트폰 AP 설계 기반 기술 시장의 95%를 지배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에 쓰일 시스템반도체 수요에 따른 성장세도 기대되는 회사다.
ARM은 지난 2016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320억달러(약38조원)를 들여 인수했는데, 최근 비전펀드 전체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ARM 인수를 위해 전략적 연대를 위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RM에 대한 인수가 이미 한 차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저항을 버티지 못하고 ARM에 대한 인수를 포기했다. ARM이 여러 국가 반도체 기업에 설계기반을 제공하다보니, 특정 기업에게 인수될 경우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다.
인텔의 경우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중순 열린 ‘인베스터(투자자) 데이’ 대상 행사에서 “컨소시엄이 나온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이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ARM에 대한 공동지분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헤럴드경제와 만나 ARM 인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특정한 누군가가 이익을 다 누리는 인수는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는 만큼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인수 컨소시엄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수합병(M&A) 계획을 공식화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담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전략적으로 ARM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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