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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증시, 추세 상승은 쉽지 않아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SK증권 제공]

올 들어 30% 가까운 하락을 보였던 미국 증시가 소폭 반등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증시 역시 불안한 가운데서도 고점 대비 20% 하락한 후 3~4%정도 되올랐다. 단기간에 걸친 큰 폭의 하락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진 점도 이유지만, 투자심리를 억누르던 몇 가지 부담이 조금은 완화된 점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장금리 하락이다. 3.2%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3% 아래로 내렸고, 5월 내내 3%를 넘어서던 우리나라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5월 말 3% 아래로 내려왔다. 금리 하락으로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에 대한 부담과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모두 줄었다.

금리가 내린 이유가 물가 고점 통과에 대한 예상이 줄고 경기침체를 초래할 만큼의 강력한 긴축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임에 따라 추가적인 증시 반등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미국의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8.5%에서 고점을 형성한 후 한 달 새 8.3%로 낮아졌고, 연준 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는 개인소비지출물가도 2개월 연속 내려갔다. 이 때문에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의 예상보다 느려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실제로 증시를 억누르던 유동성 흡수와 경기둔화라는 두 가지 측면의 압박이 모두 약해지면 안전자산 선호도 조금은 수그러들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반등이 조금 더 이어지더라도 최근 나타났던 증시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라고 판단된다. 지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근원적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물가 측면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직후 수준으로 다시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넘나드는 유가와 6개월 이상 전년 동월대비 5%를 상회하고 있는 임금상승률, 최근까지도 20%를 넘어서고 있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결국 순차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연준을 비롯한 통화당국은 적어도 이번 여름까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빠른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강한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경우 투자자들이 희망하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준이 강력한 긴축을 천명하고 있는 것은 분명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며, 현재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를 볼 때에도 미국이 곧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과거 누적된 긴축이 경기침체를 초래했을 당시에도 금리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경제지표는 좋게 발표됐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도 2000년 닷컴버블 때도 마찬가지다. 즉,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연착륙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태일 뿐 둘 다 달성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번 미국의 긴축 과정에서 금리 인상뿐 아니라 양적 긴축이 병행될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 2017년에도 금융위기 이후 증가한 자산을 축소하기 위한 양적 긴축이 실시됐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자산 증가의 폭이 더 컸던 것을 보면 축소 속도 역시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은 이러한 형태의 긴축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양적 긴축은 장기 시장금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글로벌 자산시장은 장기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미 물가 전망 실패로 신뢰가 떨어진 중앙은행들이 향후 정확한 전망과 정교한 정책,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뢰성을 다시 확보할 경우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들이 남아 있는 한 낮아진 가격과 투자 매력만으로 증시가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에 실패할 경우의 위험은 매우 크고, 성공할 경우의 기대수익률은 그다지 크지 않은 비대칭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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