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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요즘 뜨는 공간 ‘공간미식가’외

▶공간미식가(박진배 지음, 효형출판)=디자이너이자 실내 건축가, 레스토랑 경영자이기도 한 박진배씨가 세계 각지의 의미 있고 멋진 공간들을 탐색한 에세이.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도시와 공간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보헤미안 도시’들은 첫 손가락에 꼽힌다. 19세기의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던 문인과 음악가, 화가, 배우들이 모여 살던 도시를 뜻하는 보헤미안 도시는 현대에는 문화예술 수준이 높은 도시를 가리킨다. 파리, 런던, 뮌헨, 비엔나, 뉴욕, 시애틀, 보스턴 등이 해당되는 반면 반면 로마, 도쿄,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서울은 포함되지 않는다. 독서량, 도서관, 서점수, 공연 등이 주요 기준으로, 도시의 매력은 바로 문화예술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재치, 반전, 연결, 경험, 소통 등 다섯 가지 코드로 매력적인 공간들을 소개하는데, 인문학적 배경과 저자만의 감식안, 사유가 돋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계단으로 선정된 ‘몽타뉴 드 부랑 계단’, 키세스 초콜릿 모양을 본떠 만든 미 펜실베니아 허쉬마을의 가로등, 종교적 믿음과 디자인이 만난 간결하고 견고한 셰이커 디자인 등 상상의 여유를 즐길 저자가 찾아낸 특별한 공간들이 즐거움과 설렘을 준다. 특히 허드슨 강 위에 바지선을 띄워 놓고 각종 채소와 과일, 물고기를 키우는 사이언스 바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옥상의 조각 전시, 컬트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인 나홀로 레스토랑 등 시대정신을 열어가는 새로운 시도들을 포착한 점이 돋보인다.

▶내 몸을 임대합니다(김상원 외 지음, 황금가지)=타인의 신체를 빼앗는 신체강탈자를 소재로 한 ‘제2회 신체강탈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집. 신체강탈자 문학은 SF의 하위 장르로, 외계의 생명체나 미지의 존재가 인간의 몸을 잠식하고 조종한다는 설정이 특징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근미래의 모습을 현실풍자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대상수상작 ‘맑시스트’를 비롯, 다섯 작품이 수록됐다. ‘맑시스트’는 대학 시절부터 맑시스트 활동가로 앞장서 자본주의에 맞서던 인물이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몸을 임대하고 돈을 준다’는 메시지에 홀려 자기 몸을 맡기고 타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어느 날 ‘회원님의 몸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보관료가 누적된다’는 문자를 받은 화자는 찾아간 곳에서, 자신이 몇 년 전, 원래 몸을 맡기고 현재의 몸을 빌린 후 기억을 지웠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완전히 자본주의에 물들어버린 타인의 몸은 과거의 몸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인공신체를 선택하게 된다. 이 밖에 미지의 생명체들이 인간의 몸을 잠식한다는 기본적 설정에 충실한 ‘믿습니까’와 ‘악취’, 게임 속 내용이 외계의 다른 행성과 연결돼 있었다는 설정의 ‘트루플래닛’, 콜드 슬립에서 돌아온 누나의 기이한 이타적 변화를 다룬 ‘자애의 빛’까지 다양한 설정과 독특한 상상력을 담은 작품들이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불안(김석 지음,은행나무)=현대 의학에서 불안은 치료의 대상이다. 불안장애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부적응 행동이 지속되는 것으로 공황장애나 각종 공포증, 강박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그렇듯 원인과 상태는 모두 제각각이다. 이를 일률적인 잣대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정신병의 기준 역시 시대에 따라 바뀐다. 과거 동성애는 정신장애였다.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불안을 질병으로 규정, 치료의 관점으로 보기 보다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즉 불안증상이 어디서 왔는지 개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증상을 극복하고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문학적·철학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이 단지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님을 강조한다. 라캉 연구자답게 불안의 속성을 라캉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새롭다. 라캉에 따르면 불안은 ‘나를 속이지 않는 유일한 정동’이다. 즉 우리는 불안을 통해 자신의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움츠러드는 순간을,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무기력과 자기 비하감에 휩싸이는 순간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게 가능하다. 라캉적으로 말하면 불안을 느끼는 그 순간이야말로 바로 ‘나다움’이다. 또한 불안은 욕망과 연결돼 있다. 욕망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불안을 느끼며, 그 불안을 극복하고 성공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불안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 때 비로소 나다움을 회복하고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나를 찾아가는 지표로서 불안의 긍정성에 주목한 책이다.

아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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