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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비연예인 리얼리티물의 존재이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티빙 오리지널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는 이혼을 고민하는 비연예인 네 부부의 솔직한 결혼 생활을 담아낸 부부 리얼리티다.

그런데 1회부터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고부갈등을 겪는 아내,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욕하고 물건을 부수는 남편, 아내에게 폭언하는 남편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정도로 자극적이다. 패널로 나온 이석훈은 “아, 진짜 세다”고 말한다.

남편의 존중 없는 태도에 점점 지쳐가는 아내는 “아내에게 욕을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하자 남편은 “왜 아내라고 넘어가줘야 돼”라고 맞받아친다. 이 남편은 자신이 아내에게 주는 생활비에 욕설 감당비가 포함돼 있다는 투다. 할 말이 안나온다.

2회에서 이들은 결혼과 이혼을 숙려하는 공간인 ‘사이집’에 들어가 변호사와 상담사에게 솔루션을 받는다. 서로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게 도와주는 솔루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극성이 용납될까? 살벌한 광경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화해로 끝날 때 시청자들은 그저 박수를 쳐주야 하는 것일까?

물론 자극과 솔루션 중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느냐에 따라 그 답변은 달라지겠지만, 이 문제는 한국의 리얼리티 예능사를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리얼리티 쇼(Factual Entertainment)는 비연예인이 출연한다. 2001년 프랑스에서 한 외딴집에 20대 남녀 11명을 모아놓고 관찰카메라를 통해 화장실과 침대까지 그대로 보여줘 난리가 났던 리얼리티쇼 ‘Loft Story’, 미국에서는 더 독한 리얼티티쇼의 형태를 띤 ‘현장고발 치터스’ ‘서바이버’ 등은 모두 비연예인이 출연한다.

한국은 이런 리얼리티쇼에 일반인이 출연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어 연예인을 출연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예인이 혼자 살거나, 가족이 나오고, 또 아이를 키우는 모습들이 이제 평범해졌다.

그래서 재능에 별로 관계없이 연예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TV에 출연할 수 있었다. ‘호적메이트’에는 김정은의 동생과 딘딘의 누나 등 연예인들의 가족이 나오게 기획된다. 그러다 이혼부부의 그후, 친구 사이로 지낼 것인지 아니면 재결합을 조심스럽게 관찰해보는 ‘우리 이혼했어요’까지 왔다.

한국에도 OTT 등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쇼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반(半) 연예인 같은 면이 있지만 ‘솔로지옥’이나 ‘환승연애’ 같은 연애 리얼리티뿐만 아니라, ‘결혼과 이혼 사이’처럼 부부갈등에도 일반인이 출연한다. (사실 ‘결혼과 이혼 사이’에도 걸그룹 티아라 출신 아내나, 아이돌 출신 남편 등이 나오는데, 지금은 연예활동을 하지 않는다.)

‘결혼과 이혼 사이’에 나온 한 부부는 이미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에서 성(性) 문제 갈등을 리얼하게 노출시킨 바 있다. 물론 병은 널리 알려야 고칠 기회도 많아진다. 부부갈등과 고민이 전문가의 개입으로 행복해진다면, 이런 프로그램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방송국이 일반인의 은밀하고 자극적인 사생활도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면 영끌하는 시대,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을 보면서 그냥 허구적 동일시를 느끼고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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