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서 반도체 기술동맹 강화 목소리
수백 조원 민간 투자, 규제혁신 등 정부지원
‘반도체 초강대국’ 가속화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0일 한국을 첫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을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최근 한·미 정상 회담 이후 삼성전자·인텔의 수장 간 회동까지 곧바로 이어지며 반도체 동맹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초대규모 투자 계획을 선언했고,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지원책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이 ‘협력·투자·지원’ 등 3박자 날개를 달게 됐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초강대국’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관련 기사 8면
▶민간으로 확대된 한미 정상 협력, 日 관계개선도 기대=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연합·인텔 제공] |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한·미 정상 간 기술동맹 협력 약속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보호 및 진흥을 위한 민관협력과 정례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 설치를 합의했다.
양국이 경제안보와 국가 외교적 차원에서 확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하면서 민간 차원에서의 협력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선의의 경쟁 관계에서 손잡으면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다. 특히 파운드리 선두를 달리는 대만의 TSMC와 치열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4개국(미국·한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을 주도하는 가운데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반도체 협력 강화도 기대된다. 장기화한 외교 문제로 반도체 원료 수급 등 공급망 위기를 겪고 한·일 경제 교류가 침체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했다. 최근엔 윤 정부 이후 처음으로 한일간 대규모 경제계 교류 행사인 한일경제인회의가 열렸으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본상공회의소 설립 100주년을 맞아 일본 방문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섬코와 같은 일본 기업이 반도체의 원재료가 되는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K, 반도체 산업 ‘수백조’ 민간 투자= 민간 차원의 투자 확대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은 반도체 등 핵심 전략 사업에 앞으로 5년 간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만 360조원 규모로, 반도체 사업에 상당 규모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삼성은 선제적인 투자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초격차’를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SK도 반도체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핵심 성장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에 247조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142조원을 반도체에 쓰기로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반도체 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부장 관련 설비 증설 등에 나선다. SK하이닉스가 주축이 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규제혁신’ 산업부·과기부 전방위 지원방안 약속= 정부의 규제혁신 행보도 반도체 산업에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같은 날 동시에 각자 상징적인 장소에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행보를 가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5월 3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3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에서 제1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올 상반기 중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획기적인 규제개선’, ‘설비투자 등 세제혜택 확대’, ‘소부장 국산화’, ‘인력난 해소’ 등의 지원 대책을 언급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의 인력양성에 대한 계획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대전 카이스트에서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현재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카이스트를 비롯해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과 계약학과를 추진하고 4대 과학기술원에서 연간 200명의 인재를 양성키로 했다. 석·박사 인력 배출을 늘려 5년 간 실무인재 3140명을 양성키로 했다.
투자 등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지원과 인력양성은 업계가 정부에 지속 요청한 부분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윤 대통령이 반도체 초강대국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산업부, 과기부 장관이 각각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었고 이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연간 1만 명 가량 인력이 필요하고 빨리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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