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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이후’ 금융권…전면 재택 ‘새로운 처음’을 열다[금융 플러스]
‘유턴은 없다’ 금융업계 신풍속도
보험업권 젊은 CEO, 변화의 물결 가속
실무자 ‘OOO프로’ 평등 분위기 주력
재택+출근 믹스…스케줄도 자율 입력
1시간 휴가제·자율좌석제 신선한 시도
반팔·청바지·운동화 허용 ‘파격의 연속’
직원들의 재택이 늘면서 홈트(홈트레이닝), 요리 교실 등을 원격으로 지원하고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다.
KB국민카드 ‘Hot Desking Zone’ 옆에 설치된 휴식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카드 제공]
현대카드는 거점 오피스를 마련해 직원들이 본사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KB국민카드 ‘Hot Desking Zone’ 내 키오스크에서 사원증, 사번을 입력하면 현장 좌석을 배정받아 근무할 수 있다.

#. 카드사에 근무하는 A씨. 인천에 거주하면서 오늘은 집 근처에서 가까운 영업점으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을지로 본사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가까운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어 업무효율과 만족도가 높아졌다.

#. 금요일 오전 10시. B씨는 출근과 함께 오늘 하루 근무할 자리를 키오스크 앞에서 선택하고, 자리에 앉는다. 곧 있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카페테리아를 찾아 커피를 주문하고, 잠시 창 밖을 바라보는 여유도 가져본다.

#. 수요일 오후 4시 C씨는 업무 시스템에 접속한 후 재택근무관리 탭을 클릭한다. 다음주 재택근무 스케줄을 입력하기 위해서다. 화요일을 선택한 후 ‘신청’을 클릭하니 별도의 결재 없이 즉시 재택근무가 승인된다. C씨는 ‘하이브리드’ 직군으로 월 근무일수의 30%, 최대 6일까지 집에서 일할 수 있다. C씨는 “평소 팀 내 협업이 필요한 업무가 많지만, 혼자 집중하면 더 빨리 마무리 할 수 있는 기획 업무가 생겨서 재택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보수적인 금융사에 최근 코로나 방역 해제 이후에도 전면 재택 등 유연한 근무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여전히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금융권에서 사뭇 다른 근무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권 젊은 CEO들이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보험업계는 금융권 내에서도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영진부터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조직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월 40대 최고경영자(CEO) 이은호(74년생) 대표를 선임했다. 메리츠화재도 작년 말 김종민 부사장이 49세(63년생)로 부사장에 올랐고, 80년대생 임원도 4명이나 된다. 젊은 CEO가 취임하면서 조직 내부 분위기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했던 직급, 호칭 단순화가 이제는 보편화하는 단계다.

DB손해보험는 올 초부터 기존 7단계의 직급(사원·주임·대리·과장·선임과장·차장·부장) 체계를 2단계(책임·수석)로 개편했다. 신한라이프는 작년 7월 출범하면서 호칭을 단순화해 대리·과장·차장 등 실무진들은 ‘프로’로 통일해 평등한 분위기에서 업무할 수 있도록 했다.

에이플러스에셋도 작년 말 인사를 실시하면서 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은 모두 ‘프로’로, 상무보와 상무 직급도 ‘상무’로 통일했다. 수평적 직급 체계에서 유연한 사고로 업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방역 해제 이후 이전 근무형태로 돌아오는 곳도 다수 있지만 새로운 근무 형태를 실험하는 곳도 늘었다.

에이스손해보험은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2년간의 재택근무를 마치고 3일 출근에 2일 재택근무를 결합한 ‘3+2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근하는 3일 중 월요일과 수요일 이틀은 ‘협업 데이’로 운영해 모든 임직원이 출근하고, 나머지 하루는 개별적으로 선택해 출근한다. 대면 소통을 통한 협업을 도모하고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도입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AXA손해보험은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살린 업무 방식을 적용했다. 1주일에 이틀은 재택근무, 하루는 팀이 다같이 출근한다. 출근은 업무 스케줄 및 거주지역에 따라 용산본사, 성남, 충정로 스마트 오피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작년 초부터 고정 좌석이 아니라 키오스크에서 매번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처럼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 주변 환경을 바꿔가며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분위기가 자유로운 카드사들은 보다 파격적=신한카드는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스마트워크플레이스(SWP), 유연근무제 도입, 자율좌석제 운영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으로 새로운 조직 문화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모든 팀원이 한 장소에 모여 근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입한 ‘SWP’는 지방에서도 장소 제약없이 본사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한 지역 거점 오피스이다.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원격지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 직원 만족과 업무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재택·분리 근무를 하며,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VDI(가상 데스크탑) 시스템을 활용한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9시 출근, 18시 퇴근’의 일률적인 근무시간에서 벗어나 직원 개인의 일정을 스스로 세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출근 시간을 오전 7시, 8시, 10시로 달리할 수 있으며, 출근 시간에 연동해 퇴근시간이 당겨지거나 지연된다. 또 휴가를 시간 단위로 쪼갠 ‘1시간 휴가제도’도 운영해 워라벨을 중시하는 MZ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의 직원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KB국민카드도 효율적인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강남, 목동 등 7개 지점을 거점근무지로 운영하고 있다. 또 KB국민카드 청계 IT타워에 지정석 없이 운영되는 ‘Hot Desking Zone’을 설치해 통유리를 통해 전경을 보며 일할 수 있는 전망석, 좌석간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한 협업좌석 등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향후에도 효율적인 업무환경 조성을 통한 일하는 방식 변화와 ‘스마트워킹’ 내재화를 위해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상시 재택 근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금융권 기업 가운데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부서별 업무 특성 및 상황 별로 재택근무율을 정해두고, 직원이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재택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는 전사의 모든 부서와 업무의 특성을 분석해 대면 업무가 많거나 협업의 필요성이 높은 순서로 ‘온사이트(On-site)’, ‘하이브리드(Hybrid)’, ‘리모트(Remote)’ 등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했다. 각 그룹별로 각각 월 근무일수 20일의 최대 20%, 30%, 40%까지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의 재택 근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 어디에서 근무할 지를 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직원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 이전 주 수요일까지 다음 주 재택 근무 스케줄을 정하고 신청하면 부서장의 승인없이 그 즉시 결재 처리 된다. 때문에 부서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도 원하는 때에 재택 근무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또 ‘스테이홈스테이세이프(Stay Home, Stay Safe)’ 프로그램을 운영, 임직원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비대면 방식으로 취미·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사내 셰프 및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라이브 클래스는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저축은행에도 시나브로 변화의 물결=DGB금융그룹은 전자결제 시 대면 보고를 병행하던 기존 방식에서 전면 비대면 결제로 전환했다. 외부 일정이 많은 임원들이 스마트폰앱으로 결재할 수 있도록 했다. BNK금융그룹은 수평적 의사소통체계와 기업문화 정착을 위해 호칭파괴를 시범적으로 실시할지 검토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재택에서 직장으로 돌아오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다 확대해주기 위해 디지털 관련 업무 직원과 전국 영업점 수신직원을 대상으로 환전 복장 자율화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디지털 관련 업무 직원은 반팔티, 청바지, 운동화 등 착용이 가능하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재택근무기간 동안 비교적 편하게 옷을 입고 근무한 직원이 회사로 돌아와서도 재택근무 환경과 최대한 근접하게 업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이들 직원의 업무 후기를 조사한 후 전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전사적 완전 복장 자율화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팀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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