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당기 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 4월 현재 적자로 돌아섰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보험급여를 해주면서 불과 2개월 사이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나갔기 때문이다.

30일 건감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1조7017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4월까지 건강보험 총수입은 25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지만 올해 1∼4월 총지출이 27조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1.7%나 늘었기 때문이다. 건보재정이 2조원 가까이 감소하면서 누적 적립금은 2021년 말 20조2410억원에서 올해 4월 말 현재 18조539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은 코로나19로 의료이용이 줄면서 수입 80조4921억원, 지출 77조6692억원으로 당기 수지 2조8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동네병원 신속항원검사 비용 탓이다. 당국은 지난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2개월간 한시적으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동네 의원급 기준으로 검사 1건당 5만5920원을 건보재정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신속항원검사 비용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올해 2월 3일부터 4월 3일까지 2개월 진료분 기준으로만 따져서 무려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코로나 환자의 재택치료비용으로 9000억원이 건보재정에서 추가로 투입됐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억눌렸던 의료이용이 증가하면서 보험급여비가 늘어난 영향도 당기수지 적자에 한몫했다. 실제 올해 1~4월 입원·외래방문 일수는 12.5% 늘었고, 진찰받은 사람은 14.2%나 증가했다.

건보재정은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해 하반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공제를 확대하고 실거주 주택 대출금을 지역건보료 계산에서 빼주면 보험료 수입액이 감소해 건보재정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 탓에 올해 8월 안에 정해질 내년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보다는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