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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피크제, 정부 가이드라인 시급…'노사갈등'만 점증
대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 무효"
노동계 "무효화 해야" vs. 경영계 "부작용 우려"
2019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54.1%가 운영
임금 청구 줄소송 등 예고된 혼란에도 고용부 "공식입장 없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선 최대한 노동계를 자극해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부 내부에선 정제되지 않은 입장이 무분별하게 표출되면서 오히려 노사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300인 이상 사업체는 전체의 54.1%에 달한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 도달 후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사업체는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대법원이 전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이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이 탓에 이미 퇴직한 사람들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도 줄을 이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경영계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금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로 향후 고령자의 고용불안 야기, 청년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무효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건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신규채용을 늘릴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장에 거의 반강제로 도입했지만, 도입한 지 5년을 넘긴 지금 도입한 사업장에서 청년일자리가 늘지도 않았고 노동자 임금만 삭감됐다”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공식 입장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선 노동계를 자극해선 안되는 상황”이라는 게 고용부 관계자가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임금피크제 자체를 위법으로 보는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등의 산발적인 개인 의견만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속 타는 건 경영계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혼선이 기업의 추가적인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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