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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손 과잉청구” 지적 보험사, 모범규준 공시는 1곳뿐
2주됐는데 DB손보만 홈피 공시
금감원, 사기예방 모범규준 시행
보험사 기준 갖춰야 조사 가능
“조사권한 주고 관리 소홀” 지적

금융감독원이 실손의료보험 보험사기 여부를 조사하려면 조사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라고 모범규준을 세웠지만, 대부분 보험사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에 보험사기 조사 권한만 주고 이를 통제하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11일부터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시행 중이다. 보험사가 소비자의 실손보험금 청구에 대해 사기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기준을 담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가 심해지자 보험금 과잉 청구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모범규준은 실손보험사기 조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치료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진료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등 6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여섯번째 기준이 ‘보험사기 행위 존재가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사에 조사 기회를 포괄적으로 열어줬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을 충족함과 동시에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세부 조사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한 경우에 그 기준에 맞춰 보험사기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보험사 자체 기준은 제·개정 시 보험사 홈페이지에 지체없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보험사 자체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조사 권한을 남용해 선량한 소비자에게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보험 사기 조사 나선 보험사 중 모범규준 지킨 곳 DB손보 1곳 뿐= 모범규준 시행 2주가 지난 현재 5대 손해보험사 중 기준을 공시한 것은 DB손해보험에 불과하다. 메리츠화재는 금주 중 공시할 것이라 밝혔으며, 현대해상은 내달 중순쯤 공개할 계획이라 밝혔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구체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모범규준 시행 이후에도 보험사기 조사는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11일 이후에는 거의 모든 보험사가 모범규준을 위반한 상태로 보험사기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유관기관이 많고 업체 간 내용을 조율해야 하는 면이 있어 아직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뒤늦게 업체들의 준비 상황을 살피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손보험 과잉 청구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적 목표가 커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공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수치료와 필라테스 병행은 ‘보험사기’=보험 사기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업계 최초로 공개한 DB손해보험에 따르면, 도수치료를 필라테스와 병행한다던지, 백내장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받고 세극등현미경 검사결과지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사 강도가 강화될 경우 의사 및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DB손보는 20일 ‘실손 보험금 지급사유 조사대상 선정기준’을 공통사항, 질환별, 담보별, 병원별로 나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우선 공통사항은 금감원이 모범규준을 통해 제시한 6대 기준(표 참고)을 구체화했는데 ▷의료비가 과다한 경우 ▷과거 진단이나 치료이력 없이 초진 내원해 수술을 시행한 경우 ▷의학적 근거 없이 반복해 치료를 시행한 경우 ▷치료 목적 의료행위 이외에 금전 등을 제공받은 경우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 ▷동일 내용의 보험사고가 반복해 다발 청구된 경우 조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입원한 경우에는 의료진의 관리 관찰이 있었는지, 6시간 이상 입원했는지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질환별로는 백내장(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갑상선결절(고주파 절제술), 근골격질환(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실손보험 과잉 청구가 논란이 됐던 12개 질환(표 참고)에 대해 기준을 제시했다. 백내장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은 세극등현미경 검사결과지를 제출하지 않거나, 백내장 관련 증상 없이 단순 시력 개선만 확인된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 갑상선 고주파절제술은 조직검사 2회 미만 시행, 결절 경과 미관찰, 합리적 사유없는 입원 등에 해당하면 조사한다. 도수치료도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질환에 대해 시행한다거나, 미용시술 및 필라테스 운동과 병행해 시행하면 조사대상이 된다. 코막힘을 해결해주는 비밸브재건술은 미용·성형수술과 병행할 경우, MD크림은 환자가 직접 도포하거나 1년간 30회 이상 치료할 경우 조사할 수 있다. 언어치료 등 발달지연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경우 대상이 된다.

담보별로는 자동차부상치료비 등 7가지 담보(표 참고)에 대해 기준을 제시했다. 상해 및 질병 입원일당의 경우 통원치료 가능 질환으로 입원한다거나, 지나치게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 입원 기간 중 자주 외출하는 경우 등에 조사한다. 응급실내원보험금은 일반진료 가능시간대에 급하지 않은 질환으로 내원하면 대상이 된다. 또 병원 별로는 요양병원은 약처방을 받기 위한 단순 입원, 환자 상태에 대한 판단 없이 정형화된 치료가 발생한 경우 조사대상이 된다. 한방 병의원은 한의사가 양방 관련 처방을 한 경우, 의학적 근거 없는 보신제를 처방한 경우가 해당한다. 치과 병의원은 질병 치료를 상해로 진단하거나, 여러 치아를 한꺼번에 치료하는 경우 대상이 된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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