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그룹리더 눈도장
‘젊은기업’ 이미지 효과도
양 그룹 미래사업 두 사람 손에
김동관(왼쪽) 한화솔루션 사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같은 오너가(家) 3세이자 1980년대생 친구 사이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만찬 자리에 각각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정상간 국제행사에 첫 데뷔를 한 것인데, 그들은 이 자리에서 5대 그룹 총수(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신동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양 사장은 이날 행사를 통해 그룹 리더로 국내외 눈도장을 찍은 동시에 그룹에 젊은 기업 이미지를 더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이날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 양국간 경제 동맹을 반도체·원자력발전을 넘어 태양광 부문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언, 미국 시장 내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 새 전기 마련이 주목된다.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솔루션(한화큐셀)은 10여 년 전부터 미국 태양광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지난 2019년부터는 미국 조지아주 달튼시에 미국내 최대 규모인 1.7GW(기가와트)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가동, 미국 내 판매망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 올초에는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기초 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미국의 ‘REC 실리콘’을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2000억원을 투자, 미국에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미국에서 생산한 태양광 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태양광세액공제법(SEMA)이 현재 하원 통과 후 상원서 검토 중이다. 이 법 통과시 세액 환급 효과로 한화솔루션의 실적이 큰 폭 개선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그룹에서 10년 넘게 태양광을 진두지휘해 온 김 사장의 ‘뚝심 경영’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 사장은 22~2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특사단에도 기업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국내 재계를 대표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중요도가 높아진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선정한 7대 미래첨단사업 중 하나인 방산·우주항공 부문도 그룹 내 육성을 맡고 있어 행보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3월 HD현대의 대표로 선임, 3세 경영을 공식화했다. 같은 시기에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명도 HD현대로 바꿨다. HD는 현대를 연상시키는 이니셜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명 변경은 그룹의 정기선 시대를 알리는 상징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사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은 미래선박, 수소연료전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 4대 미래사업과 청정수소, 화이트바이오 등 자회사 신사업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설립, 국내 최초로 선박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또 투자전문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의 투자도 가속화하고 있다.
1983년생인 김 사장과 1982년생인 정 사장은 한살 터울이지만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둘다 장교로 군복무를 했으며 각 집안의 장남이자 그룹 3세라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정 사장은 지난 2016년 김 사장의 조모상 때 직접 빈소에 찾아와 조문했으며, 김 사장도 재작년 정 사장 결혼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낼 만큼 친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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