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UAM·로보틱스 개발 협력부터 시장 공략까지…전방위 사업 의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55억달러 규모의 미래 사업 투자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세운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이 세계 최강국 미국까지 매혹시켰다. 육상부터 하늘길까지 인간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정 회장의 큰 그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2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 언론 발표회를 갖고 미국에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해 50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55억달러(6조 93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다.
정 회장은 “다양한 기술에 대한 한미 협력을 강화하고자 2025년까지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간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의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 됐다”면서 “앞으로는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의 제도적 지원 요청에도 “잘해보라. 많이 도와주겠다”며 전폭적인 세제 및 행정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을 기점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변화와 성장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세 분야의 미래 성장 사업은 공급망 체계와 사업 간 시너지를 고려할 때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 구상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에 기반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포함했다. 로보틱스 기술 역시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UAM 기체 및 운영체계 개발에 필수적이다.
미래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관련 기술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기술 변화에 민감한 미국 소비 시장을 노려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연방 및 주 정부와의 관계를 긴밀히 이어가야 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세번째로 짓는 미국 내 공장이 전기차 전용 공장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미국 신차판매에서 친환경 차량(ZEV)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을 40~50%까지 늘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미국 정부의 경제 전략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뿐 아니라 배터리 셀까지 직접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성능과 상세 사양에 맞춰 최적화된 배터리 셀을 현지에서 조달해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와 육상 모빌리티의 양대 축을 이루는 자율주행은 앱티브와의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우버 이츠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하면서 이미 사업화 단계에 이르렀다. 내년에는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UAM 법인인 슈퍼널은 올해 초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와 미래항공모빌리(AAM) 인프라 조성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AAM은 한 개 도시권역을 수직 이착륙항공기(eVTOL)로 연결하는 UAM을 확장해 다수의 도시를 잇는 개념이다. 슈퍼널은 오는 2028년 첫 상업 비행을 준비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본격화한 로보틱스 사업 역시 메타버스와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를 추구하는 만큼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이 예상된다.
미국과의 협력이 확대되면 국내 사업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시각이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으면 한국에서도 찾아 같이 간다”며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투자가 늘어난다고 봐야하고 그래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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