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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덕 그렇게 보면서” 넷플릭스 ‘쥐꼬리’ 투자, 정부가 ‘들러리’
-투자 규모 연간 약 200억원…넷플릭스 한 작품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
-스캔라인VFX 이미 한국 투자 진행 중…“신규 투자 아닌 기존 연장선” 지적도
- 한국에서 막대한 수입, 망사용료는 못내겠다 버텨, 해외통신사들도 "사용료 내라"
리드 헤이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연했다. [넷플릭스]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깊은 파트너십과 우정은 마치 ‘깐부’ 같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대외정책부문 부사장. 지난해 11월 기고문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특수효과 제작 시설에 6년간 1억 달러(약 1270억원)를 투자키로 한 가운데, 실속없는 ‘보여주기식’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연간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신규 투자로 보기 어려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연간 200억원, 넷플릭스 한 작품 제작비도 안돼

앞서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넷플릭스가 자회사(스캔라인VFX)와 6년(2022~2027년)간 국내 가상현실 연출기술을 활용한 특수 인프라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라고 산업부 측은 설명했다. 통상교섭 본부장이 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캔라인VFX는 1989년 독일 뮌헨에 설립된 기업이다. 한국에는 2019년 7월에 공식 서울 지사를 설립했다. 2021년 11월 넷플릭스가 스캔라인VFX를 인수를 발표한 후, 넷플릭스의 자회사로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및 다양한 작품의 CG 등 효과를 담당·제작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번 투자 발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실속이 없는 ‘생색내기’며 정부가 넷플릭스의 들러리로 나선 모양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투자 규모는 6년간 1270억원으로, 연간 약 200억원 수준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작품 1개 제작비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로 볼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른바 적은 투자비로 막대한 효과를 낸 ‘오징어게임’의 경우도 제작비가 260억원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거둔 효과는 1조원 이상이다. 또다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레드 노티스’의 경우 한 작품의 제작비가 2000억원 넘게 투입되기도 했다.

[123rf]

이번 투자 계획은 신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캔라인VFX는 일찌감치 한국을 아시아 주요 거점으로 설정하고 이미 상당 규모의 투자를 계획·실행한 상태다. 넷플릭스로 인수되기 이전에 한국에 약 5000만달러(약 637억원)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70여 명에 달하는 한국 직원을 현지 고용해 다양한 작품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발표는 새로운 콘텐츠를 대규모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마치 ‘선물 보따리’를 주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속이 없는 투자”라며 “국내 제작 역량이 세계 수준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넷플릭스 자사의 영리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일 뿐 선심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박혜림 기자/rim@]
“망 사용료 한푼도 못내” 입장 고수…법인세 고작 30억원

한편, 넷플릭스의 투자 발표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망 사용료 소송을 염두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망 무임승차 문제와 함께 국내에서 ‘세금 회피’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오징어게임 등 국내 콘텐츠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도 한국에 낸 법인세는 고작 30억원에 그친다.

실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지난달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거둔 매출은 631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7%에 그친다. 넷플릭스 한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액의 81%(5166억원)를 본사에 수수료로 지급했다. 넷플릭스가 이같이 매출원가를 높여 법인세 산출 근거가 되는 순이익을 낮추는 방식으로, 한국에 내야할 세금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넷플릭스는 2020년에도 국내에서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로 21억원(0.5%)만 납부한 바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넷플릭스가 한국내 매출액을 본사 이익으로 귀속시키면서 세금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망사용료 논란은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4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회사들이 인터넷 인프라에 편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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