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구자은, 기존사업 강점 살려 전기차 사업 진출
기존 비지니스로만으로는 사업지위 영속 어려워
미래산업 이니셔티브 확보 판단도
구본준(왼쪽) LX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LG에서 떨어져 나온 LX·LS 그룹이 최근 신사업 진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LX그룹은 LG로부터 지분 정리가 이뤄지자마자 구본준 회장의 숙원이었던 반도체 분야의 기업 인수에 속도를 올리고 있고, LS그룹은 구자은 회장 취임 이후 전기차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양 회장이 성장동력 확충에 서두르는 데에는 LG에서 분리해 나온 기존 비즈니스만으로는 우위 사업자로서의 지위 영속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미래 산업에서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구본준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나섰다. LX그룹 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은 지난 17일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는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구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텔레칩스) 지분에 대한 투자 결정도 내렸다. LX세미콘이 지난 17일 텔레칩스 지분 10.93%를 취득하기로 한 것이다. 텔레칩스는 차량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 칩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분 매입 완료시 LX세미콘은 텔레칩스의 2대 주주가 된다.
반도체는 대표 첨단산업이지만, 구 회장 개인으로서도 ‘못 다 핀 꿈’이 남아있는 영역이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키우겠다는 포부로 지난 1997~1998년 LG반도체 대표를 지냈지만, 당시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빅딜’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를 넘긴 바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그나칩은 하이닉스 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지난 2004년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시킨 회사다. 매그나칩이 LX세미콘에 인수될 경우 20여년 만에 다시 구 회장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공식 취임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사업으로의 공격적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 회장은 LS가 전선사업을 주축으로 전기·전력 부문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만큼 전기차 부문에서 타사 대비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룹내 가스 충전소 사업을 하고 있는 E1과 합작, 전기차 충전 관련 신규 법인(LS E-Link)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9일에는 구 회장이 직접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LS EV코리아)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 “전기차·ESS(에너지저장장치) 부품은 LS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기·전력 기술이자 탄소 중립이라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말했다.
또 구 회장은 계열사인 LS니꼬동제련을 100% 자회사로 편입, 배터리·반도체 소재를 포함한 종합소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지난 19일 밝혔다. 이는 구 회장 취임이후 진행한 첫 대규모 거래다.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최대 비철금속소재 기업으로 전기동 생산량 세계 2위(단일 제련소 기준)인 온산제련소를 갖고 있다.
LX그룹의 자산규모는 10조374억원(작년말 기준)으로 재계 40위권(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이며, LS그룹은 26조270억원으로 16위에 랭크돼 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