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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상욱, “인간 이방원 매력에 ‘푹’…내 연기 성장시킨 작품”
주상욱 ‘태종 이방원’을 마치며…
세상 다 가지고도 불쌍한 ‘대단한 병장’
찌질함도 좋아해주는 젊은층 감짝 반응도
며느리 심씨 집안얘기 못끝낸 아쉬움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최근 종영한 KBS1TV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타이틀롤 이방원 역을 맡았던 주상욱(43)은 32부작을 끝낸 소회를 밝혔다. 시작할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기존의 이방원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방원 하면 유동근 선배인데, 나도 ‘용의 눈물’을 봤다. 유동근 선배를 뛰어넘는 이방원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넘을 수 없고 다른 결의 이방원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건 김형일 감독님과도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부분인데, 강력한 카리스마 군주 이방원이 아니라, 인간 이방원을 보여주려고 했다. 인간적인 내면을 담고 싶었다. 가족간의 이야기도 그런 차원이었다. 그래서 이방원의 방식이 차별화되고, 기존과 다른 방원 이미지가 탄생한 것 같다.”

주상욱은 냉정했던 군주의 이면에 가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자신의 선택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면면들을 통해 새로운 ‘인간 이방원’을 재조명시켰다.

“이방원 자신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사적인 관계를 끊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방원은 외로운 사람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 실제로 이방원이 이렇게 외로운 삶을 살았고, 불쌍하게 여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못한다. 사적인 걸 모두 다 포기하고, 어디 소설에서나 나올만한 인물이다.”

그것은 이방원이 사적인 인간에서 공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여기서 비슷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태종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이방원의 삶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후궁 17명을 뒀다는 점에서 문란한 생활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그의 정책은 모두 왕권 강화를 위한 것이었고, 조선의 기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필요에 의해서 한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일을 했다면 폭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방원은 결코 폭군은 아니다.”

주상욱은 “방원은 어렸을 때부터 삼촌 같은 정몽주와 아버지, 그리고 많은 형들이 있었다. 고려가 없어지고 조선이 세워지는 걸 봤다”면서 “방원은 어른들과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등병때 병장이 하는 걸 보면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막상 자신이 병장이 되고나면 그렇게 하고 있다. 이방원은 마음을 다잡고 원래 하려는 길을 그대로 간 대단한 사람이다. 대단한 병장이 됐고. 아들 세종이 편안하게 왕을 할 수 있게 했다.”

주상욱은 인터뷰를 하면서 방원이라는 인간의 매력에 더욱 빠진 듯 했다. 그는 “이방원에 대한 평가는 반반으로 나뉜다. 그는 인생 전체를 봤을때, 자기를 버리고 조선을 선택한 것이다”고 했다.

그래도 장남에게 이미 준 왕세자 자리를 놓고 자신의 아들인 형제간에 왕세자 서바이벌 오디션을 벌인 것은 너무하지 않냐고 해봤다.

“첫째 아들이라고 자리를 물려주는 게 아니라. 재목이 되어야 한다. 재벌도 장남 아닌 셋째에게 물려주기도 한다. 양녕이 (왕이 되고싶은) 욕심이 있었다면 그러면 안된다. 그렇다면 양녕이 멍청한 거다.”

주상욱은 “세상을 다 가진 왕인데, 알고보면 불쌍한 사람. 그게 인간적인 부분이다. 앞과 뒤가 불쌍한 한 인간이 드라마적으로도 매력이 있다”면서 “이방원의 찌질함도 좋아해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시작할때 인기를 노리거나, 젊은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1회가 나가고 깜짝 놀랄 정도로 반응이 컸다. 기존 시청층만 봤다면 이 정도의 반응이 안나왔을 것이다. 젊은 층도 사극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주상욱은 “정몽주와 정도전이 죽는 것보다 신정왕후 강씨, 원경왕후 민씨 등 집안 사람들과 얼키고 설키는 관계와 대립, 그리고 고뇌가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건 며느리 집안인 심씨 집안 이야기를 다 못하고 끝냈던 점이다. 사돈인 심온의 죽음도 그렇고, 왕이 된후 아내 민씨와의 관계 등도 더 풀어도 좋았을 것 같다. 왕자의 난보다 가족간의 갈등이 더 재밌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이 넘는 기간의 준비와 촬영이 쉬울 수만은 없었겠지만 주상욱은 이를 즐긴 듯 했다. ‘자이언트’ 이후 만난 박진희(민씨)와도 각을 세우는 갈등 관계였지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문경에서 촬영이 끝나면 김형일 감독, 선후배 배우들과 술을 한 잔 하며 나눴던 토론도 잊을 수 없다. 주상욱은 수양대군이 누구의 아들인지도 모를 정도의 역사문외한이었지만, 정통사극을 처음 하면서 역사를 공부하니 더욱 재밌었다는 것.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도 소개했다.

“인물들이 죽을 때가 정해져 있다. 배우들이 나는 다음주에 죽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했다. 양녕과 충녕과 대사를 할 때는 주변이 거의 다 죽어있더라. 8회 대본을 보는데, 강씨(예지원)의 대사가 갑자기 많아졌다. 이건 죽는 것이다. 정도전의 대사가 왜 이렇게 많지 하고 봤는데 엔딩에서 죽는 신이 나왔다.”

주상욱은 아내인 배우 차예련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 “저보고 연기 잘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몇 년 지나야 알게 되겠지만, 이방원을 통해 개인적으로 한단계 올라간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연기 성장,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상욱은 오는 6월 방송되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 tvN ‘환혼’에 출연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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