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 물류 비용 인상
“TSMC 판가 20% 인상도 한몫”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가격을 올해 최대 20% 가량 인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0% 가량 가격을 높여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대만 TSMC와 시장 지배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가격 정책 변화란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을 올해 최고 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관련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미 일부 고객사와는 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인 물류와 원료 비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계약 가격이 제품 종류에 따라 15~20%가량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상된 가격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와 관련한 블룸버그 통신의 문의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가격 정책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봉쇄 정책,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세계 경제에 여러 위험 요소가 존재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향후 몇 년을 내다보는 회사의 경영 계획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제조 원가는 화학약품, 가스 등 모든 영역에서 평균 20~30%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웨이저자 TSMC CEO [TSMC 제공] |
글로벌 1위인 TSMC에게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삼성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1분기 TSMC는 21조1000억원 가량을 매출로 올렸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시스템 LSI 사업부 포함)의 1분기 추정 매출 6조78000억원보다 약 3배 가량 높다. TSMC의 영업이익만 9조6000억원 수준으로, 이미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1위 기업 TSMC의 점유율은 2021년 53%에서 올해 56%로 3%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같은 TSMC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는 지난해 8월 진행된 회사 측의 ‘최대 20% 가격 인상’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TSMC는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고객사 대상 판가를 높였다.
TSMC는 오는 3분기부터 8인치(200㎜) 파운드리 가격을 기존 대비 10~20% 올리겠다고 올해 초 고객에게 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TSMC가 세계 1위라는 점을 감안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이같은 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엔 TSMC가 내년 초부터 파운드리 가격을 최소 6%이상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의 수주 호황 역시 최근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산능력(캐파) 이상으로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지속돼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며 “향후 5개년 동안 수주잔고가 전년도 매출의 8배로, 선단공정 등에 대해 적극적인 프로모션 중이라 수주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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