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이익의 91% 차지
GS는 칼텍스가 44% 담당
현대重그룹, 정유 제외시 적자
S-OIL도 수소 등 신사업 재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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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산업의 수익성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주요 정유사 이익이 각 그룹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전체 실적을 지탱해주는 동안 각 그룹으로서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린 비지니스 투자를 위한 재원까지 마련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고탄소 업종인 정유가 기업들의 탈탄소를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에서 에너지 부문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16조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6500억원, 1조3800억원이다. 정제마진 강세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시황 개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 증가, 석유제품 수출물량 증가 등으로 전 분기보다 실적이 더 개선됐다.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서 SK에너지 등 석유 부문(10조64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다. 영업이익(1조5100억원)과 순이익(1조2200억원)은 이보다 더 높은 91%, 89%씩을 차지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1분기 2700억원 가량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소재 부문도 31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 내에서 배터리 등 신성장 부문의 흑자 전환이 지연되고 있지만 석유 사업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실적을 보임으로써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GS 그룹에서도 정유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위상이 높다. 그룹 지주사인 ㈜GS는 1분기 연결기준 약 7조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GS칼텍스(5조6000억원·지분구조상 50%만 반영)가 이중 81%를 담당했다. ㈜GS는 1분기 1조2400억원의 영업이익과 75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GS칼텍스가 각각 이의 44%, 53%의 비중을 차지했다. GS칼텍스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 마진 개선을 호실적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정유가 없었더라면 적자를 기록할 뻔했던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HD현대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11조3000억원인데 이중 현대오일뱅크(7조2400억원)가 64%를 맡았다. HD현대의 영업이익(8050억원) 중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88%(7045억원)을 차지했고 순이익(3800억원)에서는 114%(4347억원)를 담당했다. 현대오일뱅크 순이익 제외시 HD현대는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는 뜻이다.
국내 4대 정유사 중 하나인 에쓰오일(S-OIL)도 지난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9조3000억원), 영업이익(1조3300억원)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이익 증가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고,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설비 완공 이후 전사의 복합마진이 개선된 영향이다.
에쓰오일 역시 정유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래 에너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와 블루 수소, 석유화학 신기술,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부문의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에쓰오일은 삼성물산과 수소·바이오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제조 및 연료전지 공장 엔지니어링 기업인 퓨얼셀이노베이션에 82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취득한 상태다. 또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버스·트럭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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