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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파이어족? ‘그래도, 직장’외

▶그래도, 직장(권용덕 지음, 책과나무)=많은 직장인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빨리 은퇴하는 소위 ‘파이어(FIRE)족’을 꿈꾼다. 직장 월급으로 수억~수십 억 원을 모으는 불가능 앞에서 주식, 코인 등은 기본, 돈이 되는 건 다한다는 세대다. 그런데 그래도 직장 만 한 게 없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롯데제과에서 34년 넘게 일하고 있는 권용덕 씨다. 보건관리실, 노사협력팀, 품질경영팀에서 다양한 업무를 거쳐 현재 고객센터에 근무하면서 소비자 상담을 맡고 있는 저자는 전자상거래학 박사이기도 하다. 오랜 직장생활을 해 온 결과,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깨달음을 전하는 전도사로 나선 그는 직장인들에게 ‘존버’를 외친다. 그렇다고 못난 모습으로 끝까지 생존하는 건 추하다. 직장에서 살아남아 멋지게 졸업하려면 우선 실력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성격도 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성격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주변 동료 뿐만 아니라 집안 식구들 모두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긍정의 힘이다. 꼰대는 사절, 마음가짐은 사장처럼. 그의 조언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경제지표는 점점 나빠지고, 고용은 불안하고, 투자 환경도 좋지 않아 이제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실력을 쌓아 전문가가 되는 게 일종의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 진급이 안돼도 그 자리에서 빛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에 누구보다 뛰어나다면 회사에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가라는 격려다.

▶애쓰지 않아도(최은영 지음, 마음산책)=타인의 고통에 예민하게 귀기울여온 최은영 작가의 신작 짧은 소설집.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랑’으로 인물 간의 상처와 우정, 애정을 세심하게 그려온 작가는 이번 짧은 소설집에서도 관계의 조용한 파찰의 지점을 응시하고 위무한다. 표제작 ‘애쓰지 않아도’는 서툴고 미숙했던 시절, 누군가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시절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비밀을 공유하며 가까워졌다고 느끼지만 배신 당하고, 선망은 사실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지만 결국 이를 아물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단편 ‘무급휴가’를 통해 두 여성이 예술, 가족, 관계의 상처를 이겨내고 어떻게 공감에 이르는지 보여준다. 아동과 동물에 대한 폭력을 지나치지 않고 약하고 고통 받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여럿이다. 병아리가 닭이 될 때까지 키우며 고기를 먹는 데 반감을 느끼게 되는 ‘안녕, 꾸꾸’, ‘학대받은 아이가 자라서 학대하는 어른이 된다’는 식의 지하철 공익 광고를 보고 상처 받는 인물을 그린 ‘손 편지’ 등은 타인에 귀 기울이는 법을 얘기한다. ‘우리가 그네를 타며 나눴던 말’에선 상처 받은 이에게 필요한 건 “나란히 앉아서 그네를 탈 수 있는 시간, 서로에게 커다란 귀가 되어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굳은 살이 배기듯 무뎌지는 감정의 더께를 걷어내 옆 사람을 바라보게 해주는 소설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노베이터(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 옮김,21세기북스)=국내에서만 70만부가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디지털 혁신가들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준비해오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업으로 중단된 뒤 다시 이어가 10여 년 만에 나왔다. 월터는 책에서 디지털 혁명을 선도한 천재들의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이런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지 혁신가들의 삶을 통해 찾아 나선다. 그의 탐색 리스트에는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까지 디지털 혁명을 이끈 주역들이 포함됐다. 월터는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단순히 개인의 천재성 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들의 창조적인 성공의 공통점은 뛰어난 수학적 능력이나 창의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바로 협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유로운 협업 문화가 필수다. 벨 연구소는 실험 과학자와 이론가가 작업 공간을 공유, 수시로 묻고 답하면서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저자가 주목한 대목은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창조성은 예술과 과학을 연결 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점이다. 예술적 감수성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식을 함께 갖고 있는 이들이다. 책은 혁신가들의 삶을 하나하나 다뤄 산만한 감이 있지만 역사와 사회 문화를 관통하는 월터 아이작슨 만이 볼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정확한 포착을 담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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