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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가슴 아리는 기다림

퇴근길에 동네 주유소를 들렀다. 경유 가격이 리터당 2090원이다. 휘발유보다 100원이나 더 비싸다. 정상이 아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거친 표현이 튀어 나온다. “이런 미친 XX.”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2개월을 훌쩍 지나고 있다. 수천, 수만명의 민간인이 죽었고, 수백만명의 피란민이 정처 없이 집을 떠났다. 여전히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 있다. 그 어떤 숭고한 명분도 이들의 처참하고 억울한 죽음을 정당화시킬 수 없으리라. 미국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전쟁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그의 죄가 무겁고 큰 만큼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움과 연대의 발길도 이어진다. 일반인들의 기부와 유명인들의 반전 목소리, 권력자들이 모여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 모두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배우 양동근이 딸 아이의 그림과 함께 재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위로금을 전달하고, 그룹 유키스가 평화를 기원하며 기부한 것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픈 곳을 어루만지기 위한 K-팝 스타들의 손길도 이어졌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예리가 ‘No War Please’라고 적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반전 목소리를 냈으며, 비아이(B.I), 라붐(LABOUM), 원호(WONHO), 롤링쿼츠(Rolling Quartz) 등 K-팝 가수들은 ‘위 올 아 원(WE ALL ARE ONE)’ 콘서트를 열어 평화를 기원하고 전쟁피해자를 돕기도 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역시 최근 서울팝스오케스트라와 함께 평화음악콘서트를 개최하고 기부금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반전·평화운동은 해외에서 더욱 적극적이다.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인스타그램에 난민들의 보호를 요구하는 글을 남긴 데 이어 최근엔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록밴드 U2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다. 얼마 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자들이 파란 리본을 달고 30초간 묵념을 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이는 반전 목소리는 전장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전투병의 사기에 적잖게 영향을 주게 된다. 반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푸틴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구 앞에서 인권이 유린되는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다. 특히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유명 K-팝 스타일수록 더 그렇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만큼 국경과 종교, 인종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미 많은 팬은 세계적인 스타들의 반전 목소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황지우 시인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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