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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의 힘 더하고, 4050 끌어모으고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 · 배우 박성훈
‘지붕 위의 바이올린’부터 ‘알로하…’까지 
올해에만 네 작품…창작뮤지컬 가능성 도전
4050 문화욕구 충족…배우 경륜을 무대로
“오랫동안 같이 쌓아온 호흡의 힘이 큰 강점”
배우 박성훈과 김덕희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우리가 왜 떠나야 합니까?” 1905년 제정 러시아 시대, 우크라이나 작은 마을의 유대인들이 오래도록 뿌리내린 마을을 떠난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은 지나온 삶만큼의 짐을 지고 무대를 걸었다. 그리고 새로운 곳을 향해 갔다.

올해로 여덟 번째 시즌을 맞아 관객과 만난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한 장면. 100여년 전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유대인 마을의 역사와 변화를 담은 이 작품은 여느 시즌과는 다른 깊이를 전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배우 박성훈은 “지금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점에 더해 전 세계인의 공통된 감정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가족애 등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어 공연 때마다 명작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서울시뮤지컬단의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국공립 단체 중 유일한 뮤지컬단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동시에, 서울시뮤지컬단의 지향점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올초 취임한 김덕희 단장과 함께 서울시뮤지컬단은 새로운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창단 61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은 이제 막 서른이 된 막내부터 58세의 대선배까지 어우러진 단체다. 다양한 연령대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과 같은 작품을 소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입단 21년차를 맞는 박성훈은 “매일 출근해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며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며 “같이 있는 시간동안 쌓아온 호흡의 힘이 서울시뮤지컬단의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이후 서울시뮤지컬단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에는 예년보다 두 배나 늘어난 네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올해 공연법 개정으로 뮤지컬이 독립된 예술 장르로 인정받은 것을 기점으로 국공립단체로서의 뮤지컬단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다양한 규모로 실험을 시작한다. 대극장 작품이었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이후 세 작품은 중소극장에서 선보이는 창작 신작이다. ‘원더보이’(8월 19~27일·S씨어터), ‘알로하, 나의 엄마들’(11월 22일~12월 11일·M씨어터), ‘디바이징 뮤지컬’(10월 예정) 등이다. 이금이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조선시대에 하와이로 떠난 세 여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교롭게도 서울시뮤지컬단은 올해 첫 작품과 마지막 작품의 주제를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로 가져가게 됐다.

김 단장은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극 시장”이라며 “국공립 단체로서의 공공적 역할과 관객들이 바라는 미션을 해내야 하는 만큼 조금 더 창작 뮤지컬 작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작품은 ‘디바이징 뮤지컬’이다. 2030 배우와 관객이 다수를 차지한 뮤지컬 시장에서 ‘디바이징 뮤지컬’은 다소 소외된 배우와 관객층에 주목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특성과도 맞는다. 50대 단원이 여덟 명이나 속한 단체인 만큼 이들의 경륜을 무대로 가져오고, 4050 세대 이상의 관객들을 끌어오고자 한 전략이다.

“지금의 4050 세대가 가진 문화적 욕구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데, 상대적으로 이들이 볼만한 콘텐츠는 충분치 않아요. 주요 타깃 관객층을 위한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극장에 오지 못한 관객들이 볼만한 작품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있던 관객층이 아닌 공연장이 낯선 관객을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지만, 4050 세대가 볼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김덕희 단장)

주요 배역과는 멀어진 50대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된 ‘디바이징 뮤지컬’은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통해 소재를 개발, 대본과 음악을 완성해 관객 앞에 내보인다. 특히 이 작품은 국공립 예술단체가 가진 ‘작품 중심의 공연, 단원 중심의 공연’ 사이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김 단장은 “작품 위주가 될 경우 단원들은 소외되고, 단원 위주가 될 경우 작품의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동기 부여를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올 한 해 풀어낼 작업들은 파격적 도전이자 실험에 가깝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외부 경쟁이 치열하다.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뮤지컬 시장에서 편단 100억원 대의 제작비를 쏟아붓는 민간 프로덕션과 경쟁하기엔 국공립단체의 한계는 명확하다. 올해 서울시뮤지컬단은 20억원의 제작비로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거대한 공룡과 수준 높은 관객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보상 체계가 주어지지 않은 국공립 예술단체의 여건상 “경제적 동기부여 없이 능동적 변화를 이끌기”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단원들은 하지만 오랜만의 변화에 고무된 상태다. 박성훈은 “너무 오랫동안 단체만의 색깔을 구축하지 못하고 멈춰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며 “단원들 모두 그간의 벽을 깨고 서울시뮤지컬단이 맞을 변화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 저희가 시도하는 창작 뮤지컬이 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하지만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내부와 외부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변화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어요. 달라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가장 큰 자산은 단원들이고, 단원들의 저력은 엄청난 강점이니까요.”(김덕희 단장)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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