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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우리 시대의 자유

미국의 독립 투쟁과 자유주의 사상의 심장부이자 상징인 보스턴을 여행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 혁명(American Revolution)의 중요한 유적들을 빨간 선 또는 빨간 벽돌로 연결해 놓은 ‘프리텀 트레일(Freedom Trail)’, 즉 ‘자유의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총 4km의 이 길은 자유를 최고 이념으로 삼아 미국 독립과 건국을 위해 투쟁한 모두 16곳의 역사 유적을 연결해 놓고 있다.

보스턴의 센트럴파크이자 공동체의 상징인 보스턴커먼에서 시작해 미국 혁명의 중심지였던 옛 매사추세츠주 청사와 의회 건물, 미국 독립 투쟁의 도화선으로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 보스턴항구 등 핵심지를 모두 연결하고 있다. 보스턴항구에는 차 사건을 주도한 당시의 급진조직 ‘자유의 아들들’ 조직원이었던 새무얼 애덤스의 동상이 서 있고, 그 바로 뒤 ‘자유의 요람’으로 불리는 퍼네일홀에는 프리덤트레일의 역사적 의미를 상세히 설명한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다. 이어 보스턴 특산물인 로브스터 요리가 즐비한 구시가지, 영국군의 동향을 파악하여 이를 저항군에게 알려준 폴 리비어의 동상과 그 중간 전령 역할을 한 노스처치를 거쳐 영국군과 미 독립군이 처음으로 대규모 전투를 치른 벙커힐기념관까지 이어진다.

이 길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보스턴의 중심 워싱턴스트리트와 차이나타운이 만나는 곳에는 자유를 위한 투쟁을 기리는 ‘자유의 나무’ 조형물이 있다. 이 나무의 뿌리엔 ‘법’과 ‘질서’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법과 질서를 자양분으로 자유의 나무가 자란다는, 다분히 1770년대 미국식 자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최고 가치로 삼아 1783년 독립 후 불과 150여년 만에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프리덤트레일에 새겨진 자유는 1770년대식 자유라는 한계가 있다. 당시의 자유는 식민주의적 억압으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했고, 국가 건설을 위한 법과 질서가 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자유의 핵심 내용은 변화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초기의 자유주의는 정치적 억압과 봉건적·식민적 지배로부터의 벗어남을, 독재 시대의 자유는 사상과 표현,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의미했다. 이러한 외형적 억압이 사라진 반면 경제의 글로벌화와 무한 경쟁의 시기엔 오히려 보이지 않는 억압으로부터의 자유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여년 동안 기업의 이익추구, 자본축적의 자유가 크게 향상된 반면, 노동자와 소외계층은 보이지 않는 자본의 사슬에 오히려 자유가 억압되기도 했다. 자본과 권력이 유착한 기득권 향유의 자유는 향상된 반면, 소외계층은 보이지 않는 억압 속에 번영으로부터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서른다섯 번 언급하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웠다”며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승자독식의 자유, 이윤추구의 자유, 기득권층의 권력 향유의 자유가 아니라 소외계층을 보이지 않는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는 자유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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