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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금리 인상, 원화약세 가속…인플레 압력 더 커진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이 22년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원화 약세 현상과 이로 인한 물가 상방압력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0.50%포인트 인상 결정은 2000년 5월 회의(6.0→6.5%) 이후 약 22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연준의 빅스텝은 이번 한차례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1.50%)과 미국(0.75∼1.00%)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수 개월 내 미국의 두 번째 빅스텝만으로도 두 나라의 금리 격차는 거의 없어지고, 세 번째 빅스텝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을 웃돌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이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 전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면서도 "자본 유출의 경우 금리뿐 아니라 환율 변화에 대한 기대 심리, 경제 전체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등 여러 변수에 달려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방 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려했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피했지만, 결국 연준의 빅스텝이 시작되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금통위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당장의 물가 급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데, 이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5%에 육박했지만, 아직도 상방이 열려있다는 분석이 정부 내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공급 측 요인이 아직도 충분히 전이되지 않았고, 환율은 1300원대가 위협 받고 있으며,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여기에 사실상 방역이 해제되면서 수요 측면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연초 정부는 ‘상고하저’, ‘역기조 효과’와 같은 하반기 물가 하락세 전망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소수 의견이었던 ‘올해 기조적 물가 상승세’가 맞아 들어가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8% 올라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3월 4.1%를 기록하며 4%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4% 후반으로까지 뛰며 5%에 육박했다.

이번달 물가는 올해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 같은 수치로 평가됐다. 기저효과 유무 때문이다. 3월까지는 지난해 같은달 물가상승률이 낮아 올해 같은 달 수치가 더 커 보이는 효과가 있었으나, 4월부터는 이같은 현상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라졌다. 오히려 지난해 4월 물가상승률은 안정목표치인 2%를 0.5%포인트 상회하는 2.5%였다. 역기저효과가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4월 물가 상승률은 상승폭을 키웠다.

상방요인은 아직도 충분하다. 환율은 연일 원화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생겨난 긴축 경계감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260원대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거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13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원화약세가 이어지면 수입물가 전반을 끌어 올린다.

지금까지는 공급 측면에서 물가를 상승시켰다면, 앞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상방압력이 거세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실제로 서비스 물가는 4월 3.2% 상승했다.

어 심의관은 “기상조건 악화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코로나로) 국제 이동성도 제약된 상황 속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며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겹치며 대외적 요인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석유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것이 이제는 방역이 사실상 해제됐다는 점”이라며 “서비스 물가 상승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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