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K8’ 등 국내 대표 차량 줄줄이 가격 인상
테슬라·벤츠·쉐보레 등 외산 브랜드 인상 폭 커
당분간 가격 상승 이어질 듯…소비자 부담 가중
현대자동차 2022년형 아반떼.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평균 신차 판매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다. 출고 적체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대기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차량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출시한 ‘아반떼’ 2022년형 기본트림(스마트)의 가격은 1866만원이다. 2020년형 아반떼 스마트 트림 가격 1570만원과 단순 비교하면 296만원(18.9%)이 올랐다.
기아가 지난 2일 출시한 ‘K8’의 연식변경 모델인 ‘더 뉴 K8’도 가격이 인상됐다. 주력 트림인 노블레스의 가격은 3573만원(2.5 가솔린 모델 기준)으로, 연식 변경을 거치며 63만원가량이 비싸졌다. 연식 변경의 경우 파워트레인 등의 변화가 없어 그동안 가격 인상폭이 10만~20만원에 그쳤지만, 인상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4759만원으로, 전년 4182만원 대비 13.8% 올랐다. 해외에선 같은 기간 20%가량 인상됐다. 기아는 주력인 레저용차량(RV) 평균가격이 13.9% 오른 4130만원 선이었다.
기아 ‘더 뉴 K8’. [기아 제공] |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15일 ‘모델3’ 롱레인지 가격을 7079만원에서 7429만원으로 350만원 올렸다. 또 ‘모델Y’ 롱레인지 가격과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은 각각 310만원(8189만원→8499만원)과 440만원(8799만원→9239만원) 인상했다.
같은달 11일 이들 모델 가격을 100만~200만원 인상한 데 이어 나흘 만에 다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클래스’ 가솔린 모델은 지난해 5920만원에서 올해 6150만원으로, 한국지엠이 수입하는 쉐보레 ‘콜로라도’는 3830만원에서 4050만원으로 뛰었다.
이같은 현상은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발 부품 수급 중단 등이 겹치며 각종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 해치백 등의 생산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전체 차량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차량 가격 인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강판은 지난해 4년 만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t(톤)당 15만원가량 인상됐다.
단위:만원 [각사 종합] |
전기차 원가의 20~3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도 리튬·니켈 등 핵심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배터리· 완성차 업체 간 가격 협상을 새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너무 커 고객과 협상을 통해 원가 상승 압력에 공동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차량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카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은 가격 인상 전 계약하더라도 대기 기간 동안 출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올해 6월 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끝난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걱정을 부추긴다.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 부가가치세와 별도로 개소세 5%에 교육세(개소세 금액의 30%)를 내야 한다.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개소세를 기존 5%에서 1.5%로 인하했고, 그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동안은 3.5%를 적용했다. 출고 적체로 7월 이후 차량을 받을 경우 세금 혜택까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부품 수급난에 카플레이션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자동차 구매 여력 변화에 대응해 차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자동차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