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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인증 대신 인증샷 여행…산티아고 순례길 골라걷기 [함영훈의 멋·맛·쉼]
스페인 핵심 도시 ‘발췌 순례’의 묘미
고풍스런 어촌휴양지 감성여행 영국길의 매력
사모스 수도원·제주 올레길 닮은 구간 프랑스길
포르투갈길, 콜롬버스 원정대 성지 ‘바요나’ 유명
종착지 ‘산티아고’ 문화·음식·종교 콘텐츠 풍성
코루냐 헤라클레스 타워
청동기-철기시대 켈 가옥 파요사
산티아고 대성당 성전과 벽사의 뜻을 담은 향로
세브리로 성당의 성배와 한글기도문

해외여행에도 걷기여행이 접목되고, 제주 올레길와 상호 교환구간 설정을 통해 한국과 친구가 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이 스페인의 인기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몸이 조금 불편한 여행자들을 위해, 핵심 도시들을 골라 다니는 여행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00㎞를 못채워 인증받지 못해도, 인증샷은 많은 여행이다.

종점은 산티아고와 땅끝인 피스테라·무시아이고, 영국길은 코루냐·베탄소스, 포르투갈길은 비고·바요나, 프랑스길은 세브리로·사리아·포르토마린이 거점이다. 도시 간 교통편을 이용하되, 순례길 핵심 도시를 도보여행하는 ‘발췌 순례’의 묘미를 느껴보자.

▶세브리로, 스페인하숙=갈리시아주 내 프랑스코스 출발점인 고지대 마을 세브리로는 예수의 피가 담긴 성배, 청동기-철기시대 켈트족 주거지인 ‘파요사(palloza)’가 있는 곳이다. 2100년전 로마의 군사도시였다가 서고트족, 이슬람 지배를 거쳐 크리스트교의 메카가 된 레온, tvN 여행예능 ‘스페인하숙’ 촬영지인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과도 가깝다.

예수의 피를 담은 성배, 15세기 그 피가 다시 흘러 남긴 흔적, 베네딕토 성인의 뼈가 있는 산타마리아 라 레알 성당은 순례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지다. 바그너 오페라 ‘Parsifal’에 영감을 주었다. 이 성당에는 한국어 등 25개 언어로 된 순례자의 기도문이 있다. “사랑이 당신 여정에 희망의 빛이 되게하며, 평화가 당신 마음에 가득하소서...행복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하세요” 누구든 우렁차게 낭독하면 가슴이 뭉클,웅장해진다.

프랑스 코스에선 사모스 수도원과 발건강 기원 500살 사이프러스, 제주 올레길 닮은 사리아~바르바델로 구간, 포트로마린의 행운벨(鐘), 용서의탑, GOD계단, 목적지를 10리 앞둔 ‘기쁨의 언덕’ 몬테고소도 빼놓을수 없다.

▶코루냐=코루냐는 육지 순례를 할수 없게 된 백년전쟁(1337~1453년) 때, 페롤, 베탄소스와 함께 바다 영국길 순례자 3대 입항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가 사랑했던 여인 코르니아의 이름에서 도시명을 땄다. 도시를 상징하는 2000년된 등대, 헤라클레스 타워에선 ‘파친코’의 이민호와 ‘별그대’의 전지현 등이 열연했던 ‘푸른바다의 전설’을 촬영하기도 했다.

도시가 낭만적이면서도 명랑하고, 미식도 많은, 한국 여수 같은 분위기에다 유럽의 낭만,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공존한다. 긴 해안선 걷기여행길에서의 트레킹·하이킹, 영국 함대를 물리친 여장부 마리아피타의 광장, 피카소가 11~14세때 살았던 흔적, 발코니 끝선까지 튀어나온 창문을 두고 창틀을 일제히 흰색으로 칠해 대서양 바람 막이를 하는 예술건축법 ‘시티 오브 글래스’, 지금은 공원이 된 산페드로 대포 요새 등으로 유명하다.

‘자라’ 패션브랜드, 한국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감자칩 보닐라(Bonilla)의 탄생지이고, 육류·과일·담배·포도주·피혁·선박장비·관광 등, 없는 산업이 없다.

고풍스런 어촌휴양지 폰테데우메의 고즈넉한 감성여행, 중세 스페인 북서부 거점도시였던 베탄소스 시간여행도 영국길의 매력이다. 대서양길 중 포르투갈 코스에선 스페인 북서부 최대도시인 비고, 콜롬버스 아메리카 원정대의 자취가 있는 바요나가 유명하고, 산티아고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서쪽 땅끝 피스테라-무시아 종점으로 가는 땅끝길에선, 동쪽 땅끝 해남 혹은 태안과 비슷한 정서와 미식을 느낀다.

▶산티아고=최종목적지 ‘성 야고보가 안장된 별빛 들판(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올해가 몇년에 한번씩 오는 ‘희년’이라 문화, 예술, 음식, 종교 콘텐츠가 어느 해 보다 풍성해졌다.

서울 DDP와 닮았지만 규모는 3배인 문화예술복합단지 ‘시티 오브 컬쳐’가 들어섰고,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는 순례자들의 낡은 의상을 소독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벽사의 향로미사 외에도, 희년 답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중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 구간, 산마르티노 피나리오 수도원 앞에는 수선화가 반기고, 대성당을 이어주는 터널에 무명의 연주자가 환영을 해준다. 대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이르면 늘 환호의 도가니이다. 1200년 간, 몇 분에 한 번 씩, 이런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광장 동쪽엔 대성당, 서쪽엔 시청타운홀과 경찰서, 남쪽엔 산제로니모대학, 북쪽엔 병원으로 쓰이던 파라도르 ‘로스 레예스 카톨리코스 호스텔’이 있다. 신권, 왕권(행정권), 교권, 병원이 신성한 곳에 집결해 있는 점은 예로부터 인간 삶에 무엇이 중한 지 잘 말해준다.

스페인 코루냐=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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