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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경영권 포기하면서 욕심 버리지 못할 때

‘대국민 사과 → 경영권 포기·매각 선언 → 파투(破鬪)’.

최근 식품기업에서 오너 리스크만 터지면 ‘유행’처럼 반복되는 패턴이다. 1년 전 남양유업 불가리스 과장 광고로 물의를 빚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표적이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홍 회장은 회사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지분 매각계약까지 맺었지만 돌연 계약을 번복했다.

범LG가(家)의 종합 식품기업인 아워홈의 구본성 전 부회장 역시 이 전철을 밟으려는 모양새다. 지난해 보복 운전, 횡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던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사회를 재편하자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며 매각 실사 과정에서부터 찬물을 끼얹었다.

명분은 있었다. 아워홈이 매각 실사에 협조적이지 않았으며 정관상 이사회의 동의가 있어야 지분 매각이 가능했다는 것이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설명이다.

그러나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을 끝내고 자리를 잡아가던 구지은 부회장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시도로 읽히면서 아워홈과의 갈등도 결국 터져 나왔다. 특히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매각에 장녀 구미현 씨를 동참시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챙기자 위기감이 커진 것도 한몫하였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두 오너의 경영권 포기 발표와 사과 이후에도 욕심은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두 오너의 지분 매각 의지마저 의심받는 이유다.

특히 구본성 전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아워홈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의 무배당 경영 기조에 어깃장을 놓았다. 지난 2020년 30년 기업 운영 이래 적자에 빠진 아워홈이 구지은 부회장 체제 아래 겨우 실적을 회복했음에도 오너 일가만 배불리는 배당 의견을 낸 셈이다. 앞서 2020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가 났던 해임에도 구본성 전 부회장은 700억원 이상의 배당금 지급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구자학 전 회장의 1남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한앤코와 매각 계약까지 체결해놓고 헐값에 팔았다는 생각에 돌연 매각을 취소하였다. 대유위니아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으며 홍 회장은 매각 의지를 보이는듯 했지만 한앤코와의 계약 소송건으로 발목이 잡혔다. 홍 회장은 대유위니아 측에도 계약금 320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대유위니아와 한앤코로부터 줄소송 위기에 놓였다.

매각 과정에서부터 갈등을 빚으니 애초 목표하였던 매각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외치면서도, 욕심을 놓지 못한 오너들로 인해 회사 직원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인구 감소 등으로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 만큼 기업 오너들의 욕심을 덜어내고 신속하게 경영 안정화를 이루어내야 할 때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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