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시 투자규모 확대전망
투자 밝힌 10곳 중 6곳이 대선 이후 발표
비축현금 확대로 투자여력 충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기업들이 지난 3월 대선 이후로 투자 계획을 빠른 속도로 발표하고 있다. 적게는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3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설비 등의 투자에 쏟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기업친화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새정부 정책이 규제 완화 등 자유시장경제 기조로 본격 전환될 경우 투자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현재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23곳이 설비투자에 대한 공시(신규시설투자·유형자산취득)를 했다. 이중 57%에 해당하는 13곳이 지난 3월 9일(대선일) 이후 투자 사실을 발표했다.
올 들어 신규시설투자 계획을 밝힌 17개 기업 중 9곳은 선거 이후 이 사실을 공시했다. 삼양그룹의 음료·패키징 계열사 삼양패키징은 지난 3월 23일 아셉틱(Aseptic·무균충전) 라인 증설을 위해 61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아셉틱 음료 시장 성장에 따른 생산 여력 확대를 위한 것이다. 체외진단 전문기업 SD바이오센서도 지난 3월 29일 1880억원을 투입, 충북 증평공장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하림그룹의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도 지난달 13일 LNG(액화천연가스) 운송 사업 확대 차원에서 LNG선 건조를 위해 2560억원 규모의 투자 소식을 전했다. 반도체 회로기판 제조업체인 대덕전자 역시 지난달 21일 27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고부가가치 비메모리 반도체용 대면적 패키지 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유형자산취득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한 6개 기업 중 4곳도 선거 후 이를 진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29일 4260억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한신기계공업도 지난달 8일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92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산에 있는 연하기전의 토지·건물을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사업확장을 위한 기업들의 인수·합병(M&A)도 작년보다 활발해진 모습이다.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기재정정 포함)을 공시한 곳(유가증권시장 기준)은 총 155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102건)보다 52% 가량 늘었다. SK㈜는 지난달 26일 전기차 핵심 부품인 실리콘카바이드(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예스파워테크닉스의 96% 지분을 1200억원을 들여 매입한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도 지난달 20일 미국 화장품 업체인 ‘더크렘샵’의 지분 65%를 1485억원에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현재 국내기업들의 투자여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상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국내 민간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 포함) 자산 규모는 885조원으로 1년새 125조원(16.5%)이 늘었다. 이는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로 가장 큰 증가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롯데쇼핑 등 5대 그룹의 대표회사가 갖고 있는 현금은 지난해 큰 폭 확대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작년말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규모는 65조3353억원으로 1년새 15조3050억원(3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 29조원에서 39조원으로 10조원가량(33%) 늘었고, 현대자동차는 9조9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약 3조원(30%)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3조원에서 5조원으로 2조원가량 늘며, 5대 기업 중 최고 증가율(70%)을 나타냈다. LG전자는 5조9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롯데쇼핑은 1조9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25%)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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