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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없는 삼성” 실적 대박에도 대만 반도체에 더 밀렸다 [비즈360]
삼성전자, 분기 기준 최대 매출 기록
일등공신은 반도체..DS 최대매출
TSMC와 파운드리 점유율 못좁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신분' 사업 결단 어려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의 고군분투를 바탕으로 역대급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성장 동력 확보와 투자 측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신분이 장기화되면서 과감한 미래 사업 결단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는 견고한 실적 성장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올해 1분기 대만 TSMC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삼성과 격차를 더 크게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7조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로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300조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의 일등공신은 반도체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사업부는 업계에서 제기된 반도체 고객사 이탈 우려와 달리,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첨단공정 비중을 확대하고 수율(제조품 중 양품 비율)도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메모리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파운드리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 공급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패널에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 수율이 예상보다 빨리 안정화되면서 확대를 지속하고,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은 예정대로 축소할 예정이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서 스마트폰 사업은 갤럭시 노트의 경험을 통합한 갤럭시 S22 울트라를 중심으로 플래그십이 판매 호조를 보였고, 플래그십 경험을 가미한 중가 5G 신모델이 호평을 받았다. 하반기에도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사업은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5G망 증설에도 대응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상디스플레이는 네오 QLED, 초대형 등 프리미엄 고부가 전략제품 판매 확대로 시장 수요 감소 상황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성장하고 이익도 개선됐다. 하반기에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게이밍 전용 스크린 오디세이 아크 등 제품을 통해 시장 확대를 지속한다.

전사적으로 환율로 인해 전분기 대비 약 3000억원 수준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달러화 강세와 일부 신흥국 통화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며 DX 사업에 부정적이었으나, 달러화 강세에 따른 부품 사업 이득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상 최대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면 경영 복귀 없이는 지속가능한 실적 상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 실적 핵심 부문인 반도체 시장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성장 동력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삼성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지목되는 파운드리의 경우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TSMC의 21조1000억원 가량을 매출로 올렸다. 삼성 파운드리(시스템 LSI 사업부 포함)의 1분기 추정 매출 6조78000억원보다 약 3배 가량 높다. TSMC의 영업이익만 9조6000억원 수준으로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을 뛰어넘는 일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웨이저자 TSMC CEO [TSMC 제공]

나아가 올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1위 기업 TSMC의 점유율은 2021년 53%에서 올해 56%로 3%포인트 가량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시설투자는 7조9000억원, 이중 반도체 투자는 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파운드리 기업들의 투자를 생각하면 소규모 수준이란 지적이 따른다.

이에 공격적 투자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 사면을 통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단 주문이다. 대규모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에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리더십이 필수기 때문이다.

TSMC는 올해에만 최대 44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선언한 인텔 역시 무서운 기세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등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삼성에 내준 인텔이 M&A 전략을 무기로 탈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이에 반해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어려워 글로벌 현장 경영과 네트워킹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가석방 상황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공식 직함이 없어 선밸리 콘퍼런스, 다보스포럼, CES 등 해외 주요 현장에서 회사를 대표한 장기 협력, 투자 및 M&A 논의조차 어려울 수밖에 없다.

등기임원도 맡을 수 없어 ‘책임 경영’ 또한 제한되는 등 정상적인 경영 참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 중심의 ‘뉴 삼성’ 비전을 발표했지만, 사실상의 총수 부재 속에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 중단 등 미래 투자가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등 5개 경제단체가 오는 5월 석가탄신일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국가적 반도체 상황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의 경영을 위해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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