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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는 1년에 한번도 안온다…은행, 점포 형태 변화 가속화
메가점포, WM센터 이어
편의점·슈퍼·우체국과도 손잡아
적과의 동침 ‘공동점포’도 확산 기조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쪼개고, 합치고, 다듬고.’

시중은행들의 점포 실험이 날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계좌를 보유하고도 영업점에 단 한차례도 방문하지 않는 고객 비중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유통업계 등 다른 업권과 손잡는 것을 물론, 점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A 시중은행이 최근 영업점 고객들의 내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계좌 보유 고객 중 30%는 단 한 차례도 지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0% 안팎의 고객들은 비대면 채널을 병행해 영업점을 활용했으며. 나머지 고객들 중 대부분은 영업점 방문 주기가 최소 1년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은행들의 전반적인 상황이 비슷하다”며 “고령층이어도 영업점에서 비대면채널 가입을 독려했기 때문에 대면채널만 활용하는 고객들은 사실상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행들 입장에서 점포를 무작정 없앨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은행 내에서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업점 인력 재배치 문제가 만만치 않아서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들의 영업점 축소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을 경계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국내 점포 수는 6102개로 1년 전에 비해 309개가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주요 은행들은 하반기에 50개 이상의 점포를 없애기로 결정한 상태다.

영업점 폐쇄 흐름이 이어질수록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보다 과감해지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점포 변화 형태는 여러 인근 점포를 합치는 ‘메가점포’ 혹은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WM’센터 등이 주류를 이뤘다. 최근에는 대형화, 특화 뿐 아니라 다른 업권 혹은 같은 은행권끼리 결합하는 형태로 변모 중이다.

2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문을 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공동 점포 모습. 두 은행이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 점포 개설은 이번이 첫 사례다. [연합]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지난해 영업이 종료된 하나은행 수지신봉지점, 우리은행의 신봉지점을 합쳐 점포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함을 줄이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해당 점포는 50여평 규모의 영업공간을 각 사가 절반씩 사용한다. 또 지역 특성을 고려해 소액입출금이나 제신고 등 단순 수신업무 위주로 운영키로 했다.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경기 양주시와 경북 영주시 등에 공동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하는 중이다.

이밖에 우체국, 편의점 등 여러 공간을 활용해 영업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편의점 은행 점포를 열었으며,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컬쳐뱅크’도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슈퍼마켓에서 금융권 첫 혁신점포를 개설했다. 얼마전에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 공간 일부를 활용해 은행 점포를 운영하기로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색점포 외에도 은행권이 시도해왔던 기업금융 특화 및 WM센터 등 신설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고객들이 통상 예적금, 대출을 할 때 가입 혹은 환매시에만 방문하다보니 영업점 내방비율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비대면 확산으로 영업점에 올 유인이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업무는 무조건 내방해서 처리해야하는만큼 점포 축소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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