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된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 투자 결정을 이연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현금 자산은 지난해 39조원까지 확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으로 정상적인 투자 결정이 어려운 측면도 이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투자 결정 유보로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작년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가운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 지속 여부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던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는 등 규제 환경까지 강화되던 시기였다. 이같은 기업들의 ‘투자 빗장’이 풀리려면 새정부가 공언한 규제 완화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국내 민간기업이 보유한 현금(예금 포함) 자산 규모는 885조원으로 1년새 125조원(16.5%)가 늘었다. 이는 해당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로 가장 큰 증가다.
자금순환 통계상 민간기업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주식회사, 유한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형태의 모든 법인기업과 개인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비법인기업을 포괄한다. 2017년만 해도 500조원대였던 민간기업의 현금 자산 규모는 2020년 한 해에만 124조원이 늘었다가 작년에는 이보다 더 늘면서 올해는 9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롯데쇼핑 등 5대 그룹의 대표회사들이 갖고 있는 현금은 지난해 큰 폭 확대했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작년말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규모는 65조3353억원으로 1년새 15조3050억원(3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 29조원에서 39조원으로 10조원 가량(33%) 늘었고, 현대자동차는 9조9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약 3조원(30%)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3조원에서 5조원으로 2조원 가량 늘며, 5대 기업 중 최고 증가율(70%)을 나타냈다. LG전자는 5조9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롯데쇼핑은 1조9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5000억원(25%) 가량 늘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기업들이 투자 기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주춤했던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일 현재 국내 코스피 기업 중 총 23개 기업이 투자에 관한 공시(신규시설투자·유형자산취득)를 했는데, 이중 57%에 해당하는 13곳이 대선 후 나왔다. 기업친화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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