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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낙농제도개혁의 필요성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영남대 명예교수)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영남대 명예교수)

2020년 현재 원유로 환산한 1인당 우유소비량은 83.9kg으로, 우유・유제품은 이미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필수식품으로 정착한지 오래다. 그런 가운데 지난 5년간(2015~2020) 1인당 백색시유소비(26.6⟶26.3kg)와 치즈소비(2.6⟶3.6kg)는 각각 연율 –0.2%와 6.7%의 대조적인 성장률을 나타냈다. 따라서 2020년 현재 2.3%에 불과한 치즈자급률을 높이지 않는 한, 48.1%까지 하락한 우유자급률의 지속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유사한 소비패턴을 지닌 일본은, 2020년 현재 치즈자급률과 우유자급률이 각각 14.1%와 60.9%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한일 양국 간의 차이는 무엇보다 정책의 차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즉, 일본은 1965년에 ‘부족지불제도’를 도입해서 치즈를 포함한 국산유제품생산을 장려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낙농제도개편을 위한 논의를 추진해 왔으나, 합의도출에는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농식품부는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체계개편’과 함께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안)을 제시하였다. 이어서 지난 2월 8일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낙농진흥회정관 제31조 제1항(이사회 개의조건)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조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개편을 통한 생산비연동제폐지 및 정상쿼터삭감을 위한 용도별차등가격제의 도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농식품부가 제시한 용도별차등가격제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현 유업체 중심의 집유(쿼터)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낙농제도를 둘러싼 시행착오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를 포함한 낙농산업 구성원의 낙농제도개혁의 필요성과 국제규범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즉, 국제화시대에 원만한 원유수급 및 가격결정을 위해서는, 생산자와 유업체간의 ‘대등한 거래교섭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3분된 집유체계를 생산자중심의 단일집유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 길이 어렵다고 언제까지고 이를 회피한다면, FTA체제하에서 생산기반축소는 물론, 시장개방에 따른 최종적인 부담의 대부분이 낙농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우유자급률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즈를 포함한 국산유제품생산을 위한 가공쿼터의 설정 및 그에 대한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낙농진흥회는 현재와 같이, 쿼터와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낙농부문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미 20년 전부터 낙농제도와 관련하여, 전국단위쿼터제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그 동안 국내의 낙농제도는 기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유제품시장의 완전개방이 임박함에 따라, 더 이상 낙농제도를 둘러싼 시행착오를 반복할 시간여유가 없게 되었다.

낙농이 지니는 산업의 특성상, 나라는 달라도 낙농제도의 기본 틀은 유사하다. 따라서 정책은 지금이라도 정부를 포함한 낙농산업구성원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함과 아울러, 국제규범에 준하는 제도로의 이행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제화시대에 낙농생산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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