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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퇴직연금을 퇴직연금답게

“핀트에서도 연금 서비스 제공하고 있죠? 요즘 가입 추세가 어때요?”

지난 17일, 퇴직연금 관련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의 2021년 퇴직연금 적립금 관련 자료가 발표된 뒤, 비슷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게 됐다. 핀트에서도 퇴직연금을 제공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하는 질문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AI투자 엔진을 활용해 비대면 투자일임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트는 현재 연금저축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만 퇴직연금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현행 제도상 사업자 요건에 맞지 않는 까닭이다.

‘퇴직연금’은 그 단어가 담고 있는 뜻 그대로 퇴직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돈이다. 고객의 퇴직 이후를 책임지는 투자금이니 당연히 원금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보수적인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다. 실제로 21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95.2%가 은행의 예적금이나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투자하는 원리금보장 형태로 운용되고 있었다. 이렇게 운용된 투자금은 1.52%라는 수익률로 돌아왔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5%였다. 과연 지금의 퇴직연금 운용 방식이 정말로 ‘원금을 보장’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퇴직연금은 특정 퇴직연금사업자에게만 사업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다. 퇴직연금은 한창 일할 시기의 바쁜 고객이 자신의 은퇴 이후를 대비하며 투자금을 맡기는 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를 대신해 주는 ‘투자일임업자’는 퇴직연금을 제공할 수 없다. 수백만의 고객의 퇴직연금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적어도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데에는 AI 엔진을 이용한 투자일임 사업자가 적합함에도 말이다.

피해는 오롯이 고객에게 돌아간다. 지속적으로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읽고 효과적인 투자 상품과 그렇지 못한 상품을 구분하고 24시간 시세를 확인하며 내 소중한 투자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 고객은 우선 선택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 자체가 제한적이며, 그렇게 선택해 운용 중인 내 투자금이 어떤 상품에 어떻게 분산되어 있고, 어떤 상황 때문에 언제 리밸런싱 되는지, 그래서 지금까지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의지를 가지고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기가 어렵다. 그렇게 받아 든 1년의 성적표는 2%라는 초라한 수익이다. 이 같은 결과에 정부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 12일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기업체는 지금보다 연금 관리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도 퇴직연금에 투자일임계약이 도입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지난해 초 몇몇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되었지만 1년이 넘게 계류되다가 결국 최종안에서 사라졌다.

여전히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비중이 절대적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분명 고객들의 현 운용방식(낮은 수익률, 보수적인 운용방식)에 대한 불만족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퇴직연금은 고객의 미래를 위한 투자금이다. 현재의 안정이 아닌 고객 노후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고객이 바라는 방향으로, 보다 넓은 선택지와 다양한 운용방식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가 먼저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자산운용 대표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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